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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은 지난 토요일 밤, 아내와 아이가 잠든 뒤 거실에서 혼자 본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마지막 장면의 시원함만 기억했습니다. 이번에는 앞부분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사람을 볼 때 재능보다 그 사람이 자기 재능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삼십 년쯤 그렇게 일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을 보는 일은 결국 오래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는 청소부로 일하던 젊은이가 자기 능력을 숨긴 이유, 상담자와 주고받은 대화, 그리고 이 작품이 상을 받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천재라는 이름의 감옥

주인공은 이름난 대학 건물에서 청소부로 일합니다. 복도 칠판에 걸린 어려운 문제를 지나가다 풀어 버립니다. 그 답을 발견한 교수가 그를 찾아 나섭니다. 여기까지는 재능을 알아보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 기회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서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오히려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하며 도망치는 쪽을 택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을 보여 줍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똑똑한 사람으로 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재능을 감추고 농담이나 합니다. 그 자리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그에게 자랑거리가 아니라 남들과 나를 갈라놓는 벽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고도 남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친구들과의 거리가 벌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잘난 척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의 방어막이 됩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회사에서 몇 번 봤습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일을 잘하는데도 자꾸 뒤로 물러서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의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사정을 듣고 나서야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을 너무 쉽게 재단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습관이 회사 생활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상담실에서 열린 문

이야기의 절반은 상담실에서 진행됩니다. 좁은 방에 책상과 의자 두 개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거리 변화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심리학 교수가 그를 맡으면서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그는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없고,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첫 만남부터 말을 비틀고, 상대의 약점을 찔러서 대화를 끝냅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나누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오래 말하지 않습니다. 그 침묵이 대화보다 많은 것을 전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사가 길지 않은데도 그 장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젊은 여성과의 관계가 조금 손쉽게 풀립니다. 갈등이 생겼다가 짧은 대화로 정리되는 대목은 매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인물이 없어도 이야기가 굴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장면 덕분에 주인공의 나이와 처지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그래도 상담 장면의 밀도가 그 아쉬움을 덮습니다.

상을 받은 이유와 남은 질문

이 작품은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상을 포함해 아홉 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상을 받은 두 부문이 이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이야기의 힘과 조연의 연기라는 두 축입니다. 화려한 장치보다 대화와 인물로 승부한 셈입니다. 큰 사건도, 특수 효과도 없이 두 시간을 끌고 갑니다.

각본을 쓴 두 사람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대학 시절 과제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사가 인물의 처지에서 나옵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의 말투와, 그를 바라보는 어른의 말투가 확실히 다릅니다. 이 구분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듭니다.

제 점수는 다섯 개 중 네 개 반입니다. 청소부와 교수의 관계가 조금 더 길게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힘을 잃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 점만으로도 값은 충분합니다. 이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남는 장면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마지막 도로 장면, 두 번째는 상담실, 이번에는 공원 벤치였습니다.

굿 윌 헌팅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말을 아끼던 후배에게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낮게 보는 습관이 있는 마흔에서 쉰 사이의 직장인이라면 권할 만합니다.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분에게도 잘 맞습니다. 반대로 빠른 사건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저는 그 장면을 이번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봤습니다. 다음에는 아이가 자라면 함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