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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지난 주말 저녁, 아내가 원작 만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함께 본 영화입니다. 저는 원작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첫 장면의 골목 풍경이 낯익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살던 동네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가게 간판과 골목의 폭까지 닮아 있어서 처음부터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같은 골목에서 살아가는 두 쌍의 사랑,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이 작품이 남긴 숫자와 온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골목에서 시작된 두 편의 사랑

무대는 오래된 주택가입니다. 사진관을 하는 노신사가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는 할머니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골목에서 십 년 넘게 이웃으로 지내 왔습니다. 두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눈이 마주치고, 길을 비켜 주고, 함께 눈을 맞습니다. 대사는 거의 없고 손짓과 시선만 오갑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천천히 쌓입니다. 하루에 한 번씩 마주치는 것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 반복이 쌓여야 다음 장면이 가능해집니다. 그 작은 왕복이 이야기의 한 축입니다. 늦게 시작된 사랑이라 표현이 조심스럽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래서 고백이 늦고, 그 늦음이 이 영화의 정서가 됩니다.

다른 한 축은 오래 함께 산 부부입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일하고, 아내는 남편을 걱정합니다. 자식들은 각자 살기 바쁘고, 두 사람에게 오는 전화는 드뭅니다. 이 부부의 장면은 대사가 적습니다. 대신 손을 잡는 모습, 문을 여는 동작이 감정을 대신합니다. 두 축이 번갈아 나오면서 영화의 온도가 조절됩니다. 한쪽이 밝아지면 다른 쪽이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웃다가 마음이 가라앉는 일이 반복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부모님을 떠올렸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계셨습니다. 그때는 그 장면이 그저 안쓰러웠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기억됩니다. 아내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사람 다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화면을 껐습니다. 그날은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우리는 그 장면을 이야기했습니다.

나이 듦을 대하는 태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노인을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젊은 사람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면이 존중받는 느낌을 줍니다. 연출이 인물을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늘 눈높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입니다.

배우들의 얼굴이 이 영화의 재산입니다. 오래 활동한 배우들이라 표정의 층이 두껍습니다. 웃는 얼굴에도 지난 세월이 묻어납니다. 특히 사진관 주인을 맡은 배우의 눈빛이 좋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는 순간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 침묵이 대사보다 정확합니다. 표정 하나로 지난 십 년이 설명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는 무거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별을 다루는 장면이고, 저는 그 부분을 자세히 쓰지 않겠습니다. 미리 알고 보면 마음의 준비가 되는 종류의 장면입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아내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그 뒤의 정리가 조금 빠르다는 것입니다. 슬픔을 충분히 머물게 하지 않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래도 인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슬픔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화면에 남아 있습니다.

백육십만이 남긴 온기

성적은 조용했습니다. 최종 관객은 백육십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제작비는 십일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급 규모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개봉 뒤 관객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노년 관객이 극장을 찾은 것이 이례적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화제성보다 입소문으로 버틴 작품입니다. 극장가에서 이런 성적은 흔치 않습니다.

원작은 인터넷에 연재된 만화였습니다. 그것이 연극이 되고 다시 영화가 되었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거치며 살아남았다는 뜻입니다. 소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정서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누구에게나 늙어 가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매체를 바꿔 가며 계속 다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점수는 다섯 개 중 네 개 반입니다. 후반부의 속도는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오래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뒤로 부모님 사진을 자주 꺼내 봅니다.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결혼식 사진도 찾았습니다. 두 분이 젊었습니다. 그 사진을 아내와 함께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그 정도의 변화라면 충분합니다. 아내도 원작을 다시 읽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사랑의 시기가 늦었다는 말이 틀렸음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부모를 떠나보냈거나 지금 모시고 사는 분이라면 권할 만합니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자극적인 전개에는 지친 분에게도 맞습니다. 반대로 밝은 결말만 원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골목이 오래 남습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빛만 남은 것 같은 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 한동안 거실 불을 켜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