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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르는 데 10분 넘게 걸린 적, 저도 꽤 있습니다. 주말에 아내와 극장에 갔다가 결국 집어든 게 <끝장수사>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가 어느 순간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더라고요. 4월 2일 개봉한 이 영화, 범죄 수사극과 버디 코미디를 한 프레임에 담은 작품입니다.

줄거리: 교회 헌금 4만 8천 원에서 살인사건까지
이 영화, 시작부터 좀 특이합니다. 주인공 서재혁(배성우)은 광역수사대 출신 베테랑 형사인데, 사건 하나를 말아먹고 충북 보은으로 좌천됩니다. 거기다 뇌물수수 의혹까지 받아 감찰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감찰(監察)이란 공무원이나 기관 내부에서 비위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공식 조사 절차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직장 내 자체 감사인데 이게 붙으면 커리어가 사실상 끝날 수도 있죠.
그 타이밍에 등장하는 게 김중호(정가람)입니다. 재벌 손주에 인플루언서인 이 인물은 네티즌과의 내기로 경찰 시험에 합격해 버렸고, 각종 소란을 일으키자 경찰청이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결국 서재혁에게 "저 놈 사표 내게 하면 감찰 건 덮어주겠다"는 거래가 들어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첫 수사로 맡은 건 교회 헌금 4만 8,700원 도난 사건. 제가 봤을 때 이 설정 자체가 이미 웃음 코드입니다.
그런데 이 소소한 절도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1년 전 미제로 남은 살인사건과 연결됩니다. 이른바 복수 용의자 구도가 형성되는 건데, 하나의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설정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긴장한 파트가 여기였습니다.
- 좌천된 베테랑 형사 서재혁 vs 재벌 인플루언서 신입 김중호의 버디 구도
- 교회 헌금 절도 → 차량 내 혈흔 발견 → 1년 전 살인사건으로 확장되는 서사 구조
- 억울하게 수감된 남자의 석방 여부가 핵심 긴장감을 이끌어감
버디 코미디와 억울함 사이: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
버디 무비(Buddy Movie)란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한 팀을 이루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장르 공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버디'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서로 충돌하고 마찰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끝장수사>는 이 공식을 꽤 성실하게 따릅니다. 배성우 씨의 능글맞은 연기와 정가람의 들이받는 에너지가 묘하게 맞아떨어지거든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웃은 장면은, 두 사람이 증거를 캐러 갔다가 오히려 서울 유치장에 같이 끌려가는 대목이었습니다. 형사가 유치장에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코미디인데, 거기서도 티격태격하는 걸 보면서 이 두 사람 조합이 맞긴 맞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좀 걸렸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들, 이를테면 일본의 아시카가 사건이나 우와지마 사건처럼 DNA 재감정 또는 진범 자백으로 무고한 사람이 뒤늦게 석방된 실제 사례들을 소재로 삼은 건데, 그 소재를 버디 코미디로 포장해 버렸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한국 사법 역사에서도 허위 자백과 억울한 수감은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도 수사 과정 중 인권 침해 사례는 꾸준히 기록 돼왔습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오락으로 소화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웃음을 주다 보니 무게감이 희석되거나. <끝장수사>는 솔직히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억울함이라는 감정, 그리고 개봉까지 7년
영화를 보면서 직장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맡은 일에서 문제가 터졌는데, 분명히 아닌데도 분위기상 제 책임처럼 흘러간 적이 있었거든요. 다행히 며칠 만에 오해가 풀렸지만, 그 며칠 동안의 답답함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영화 속 그 남자는 그게 1년이었습니다. 3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같은 말을 백 번 이상 반복하게 해서 받아낸 허위 자백(False Confession)이었다는 설정인데, 허위 자백이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심리적 압박이나 강압에 의해 거짓으로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법심리학에서 오래 연구된 주제이기도 하고, 무고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는 오판(誤判)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출처: Innocence Project).
촬영이 2019년에 끝났는데 개봉이 2025년이라는 것도 이 영화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주연 배우 문제로 미뤄졌다는 건 알려진 사실인데, 그 사이 배우 개인의 사생활 논란이 있었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제가 직접 관람하기 전까지 조금 망설였습니다. 연기와 사생활을 분리해야 한다는 건 알면서도, 7년이라는 공백 자체가 영화 외적으로 씁쓸한 맥락을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극장 안에서는 제대로 즐겼습니다. 이솜 씨가 맡은 강미주 검사 캐릭터는 등장 분량이 짧지 않은데도 존재감이 확실했고, 서울 강남서 탁구장 사무실 씬처럼 현장 경찰의 위계 문화를 유머로 풀어낸 장면들이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집에서 혼자 보면 웃음 반이고,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보면 웃음이 두 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끝장수사 실화 기반인가요?
A. 직접적인 실화 재현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억울한 수감 사례들, 즉 아시카가 사건이나 우와지마 사건 등에서 모티브만 가져왔고, 인물과 사건은 모두 창작입니다. '실화 기반'보다는 '실화에서 영감받은 픽션'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Q. 배성우, 정가람 케미 진짜 좋아요?
A. 제가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배성우 씨 특유의 능글맞고 무게감 있는 연기와, 정가람이 보여주는 돌진형 에너지가 서로 잘 부딪힙니다. 서로 욕하면서도 결국 지켜주는 버디물의 공식을 이 두 사람이 충실히 채웠습니다.
Q. 왜 7년이나 지나서 개봉한 건가요?
A. 촬영은 2019년에 완료됐는데, 주연 배우 관련 문제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습니다. 막상 보면 오래된 영화 티는 거의 나지 않고 최근 트렌드에도 잘 맞습니다. 다만 이 공백이 영화 외적인 아쉬움을 남긴 건 사실입니다.
Q. 범죄영화치고 너무 가볍지 않나요?
A. 이 부분은 저도 살짝 아쉬웠습니다. 억울한 수감이라는 소재는 본래 무거운 주제인데, 버디 코미디 공식 안에서 오락적으로 소화됩니다. 웃으면서 보되 진지한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끝장수사>는 흠 없이 완벽한 수사극은 아닙니다. 허위 자백과 오판이라는 소재가 가진 무게를 코미디가 일부 희석시키고, 7년의 개봉 공백이 만든 외적 맥락도 영화 내적 완성도와 별개로 따라붙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극장에서 웃으면서도, 집에 오는 길에 한 번쯤 "억울함 앞에서 나는 어떻게 했나"를 되짚게 만드는 영화거든요.
범죄 수사극을 좋아하시는 분, 배성우 씨 팬이신 분, 그리고 요즘 극장가에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오락영화를 찾고 계신 분께 권합니다. 저는 집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아내와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