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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밤에 아무 기대 없이 틀었다가 마지막에 목이 멘 영화가 있습니다. 스콧 애드킨스 주연의 액션 스릴러 <디아블로>입니다. '디아블로(Diablo)'는 스페인어로 '악마'를 뜻하는데, 제목처럼 잔혹하고 빠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 이건 액션 영화가 아니라 부성애 영화였습니다.

 

부성애라는 포장지 — 이야기 구조 뜯어보기

일반적으로 스콧 애드킨스 영화는 "각본은 약하고 액션은 강하다"는 공식이 통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디아블로>는 각본의 결이 예상보다 얇지 않았습니다. 얇긴 한데,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이야기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카르텔 보스 비센테의 딸 엘리사를 납치하듯 데려가는 남자가 등장하고, 그 남자가 바로 주인공 크리스 채니입니다. 크리스는 전직 CIA 공작원 계열의 인물로, 15년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직후입니다. 여기서 '공작원 출신 전과자'라는 설정이 이 영화의 핵심 장력을 만듭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길러놓은 인간 병기인데 국가가 버린 사람입니다.

반전은 밥 먹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엘리사가 크리스의 친딸이라는 사실이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라기보다는 예상 안이었습니다. 엄마의 부탁, 15년이라는 공백, 이름 없는 방문객. 단서를 전부 앞에 깔아놓았기 때문에, 이 반전이 제대로 터지려면 관객이 단서를 못 읽었어야 하는데, 그건 좀 무리한 기대였습니다.

그럼에도 크리스가 어색하게 말을 고르는 장면은 살아 있었습니다. "복잡하다"는 말 한마디가 15년의 공백을 대신하는 방식, 저는 거기서 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읽었습니다.

요약: 뻔한 반전이지만 부성애의 감정선은 살아 있고, 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이 아닌 관계다.

 

스콧 애드킨스 — 1976년생이 만드는 화면

스콧 애드킨스는 영국 출신 배우이자 무술인으로,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시리즈로 액션 팬들 사이에서 확고한 이름값을 쌓은 사람입니다. 여기서 '언디스퓨티드(Undisputed)'란 원래 복싱 용어로 '이견 없는 챔피언'을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감옥 안 최강자 결정전을 배경으로 씁니다. 이 세계관을 <디아블로>가 공유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이겁니다. 1976년생, 저와 비슷한 또래인 사람이 저 속도와 저 정확도로 발차기를 구사한다는 사실입니다. 킥복싱(Kickboxing), 쉽게 말해 주먹과 발을 모두 쓰는 타격 격투기를 기반으로 한 동작들인데, 화면에서 타격의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잘 찍혀 있었습니다. 스턴트 대역 없이 본인이 직접 소화하는 장면 비중이 높은 배우라는 점도 이 영화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저 몸을 유지한다는 건, 타고난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출처: IMDb — Scott Adkins 프로필을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가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일관된 루틴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그냥 부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악당 엘 코르보를 연기한 마르코 사로르도 언급해야겠습니다. '엘 코르보(El Cuervo)'는 스페인어로 '까마귀'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불길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새. 이름값을 제대로 합니다. 얼굴만 화면에 나와도 공기가 달라지는 유형의 악당이었습니다.

  • 스콧 애드킨스: 1976년생, 킥복싱 기반의 직접 액션 수행 배우
  • 마르코 사로르: 악당 엘 코르보 역, 존재감만으로 장면을 장악
  •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시리즈와 세계관 공유 추정
  • 스페인어 캐릭터명(디아블로, 엘 코르보)이 분위기를 직접 규정
요약: 스콧 애드킨스는 이 나이에도 화면을 채우고, 악당 엘 코르보는 이름값을 정확히 한다.

 

액션 누아르로서의 완성도 —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액션 누아르(Action Noir)'는 범죄와 도덕적 모호함을 배경으로 한 어둡고 잔혹한 액션 장르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선악이 뚜렷하지 않고, 이기더라도 찜찜한 결말이 남는 영화들입니다. <디아블로>는 이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콜롬비아라는 배경, 카르텔, 현상금, 세계 랭킹 1위 킬러. 무대 장치는 전부 제자리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영화는 "B급 감성이니까 기대를 낮추면 된다"고들 말하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B급이라는 말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부성애를 붙일 거면 붙인 만큼 값을 치러야 합니다. 크리스가 감옥에서 보낸 15년, 엘리사가 비센테 밑에서 자란 시간, 그 공백이 대사 몇 줄로 처리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부분이 제일 아까웠습니다. 그 시간만 조금 더 보여줬더라면 마지막 대결의 무게가 훨씬 달랐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액션 누아르로서 합격점을 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개입하고, 엘 코르보가 등장하고, 딸의 목숨이 걸리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속도를 잃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급해지는 대신 액션이 빨라지고, 그 흐름 안에서 크리스와 엘리사의 관계가 조금씩 쌓입니다. 이걸 의도한 거라면 꽤 잘 된 교환이라고 봅니다.

참고로 누아르 장르의 특성에 대해서는 출처: Britannica — Film Noir에 정리된 설명이 도움이 됩니다. 도덕적으로 복잡한 주인공, 운명론적 세계관, 어두운 시각 스타일이 이 장르의 핵심 특성인데, <디아블로>는 그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실히 갖추고 있습니다.

요약: 액션 누아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지만, 감정 공백을 더 채웠다면 완성도가 한 단계 올라갔을 영화다.

 

딸 하나 키우는 아빠가 이 영화를 보면 생기는 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딸 하나 키우는 아빠입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가 엘리사 앞에서 서툴게 말을 고르는 장면에서 자꾸 제 얼굴이 겹쳤습니다. "너는 내 성질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말 한마디, 그 말이 나오기까지 걸린 망설임. 삼십 대 때 이런 장면을 이렇게 보진 않았을 겁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지키는 이야기'에 약해진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액션 장면보다 밥 먹는 장면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도요. 크리스가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려다 결국 "복잡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는 장면은, 저한테는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힘 있는 대사였습니다.

아내는 제가 피 튀기는 영화 보다가 목이 멘다고 하면 또 웃겠지만, 그게 그렇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 포장된 가족 영화라는 걸, 저는 밥 먹는 장면 하나로 알았습니다. 각본의 빈틈을 알면서도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가 바로 그 장면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단신으로 전국구 조폭을 쓸어버리는 여고생"이라는 식의 제목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싸우는 건 아빠입니다. 엘리사가 위기를 구하는 장면이 한 번 나오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명백히 크리스입니다. 제목 낚시는 알겠는데, 영화를 잘못 기대하고 들어가면 실망할 수 있으니 미리 정리해 두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요약: 딸을 둔 아빠라면 액션보다 대화 장면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부성애로 읽어야 제값이 나온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아블로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제가 직접 찾아본 기준으로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제공 중입니다. 플랫폼별 라이선스 계약이 바뀔 수 있으니, 왓챠·웨이브·시즌·네이버 시리즈온 등에서 제목을 직접 검색해 보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일반적으로 스콧 애드킨스 영화들은 국내 서비스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Q. 스콧 애드킨스 영화 입문으로 디아블로가 괜찮을까요?

A. 제 경험상 입문작으로는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2' 또는 '언브로큰'을 먼저 권합니다. <디아블로>는 액션 밀도보다 드라마 비중이 높아, 킥복싱 기반 액션 자체를 처음 경험하려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습니다. 스콧 애드킨스의 몸 연기에 이미 익숙한 분들이라면 오히려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Q. 영화 디아블로에서 엘리사가 크리스 딸이라는 게 초반에 너무 뻔하지 않나요?

A.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단서를 너무 앞에 깔아놔서, 반전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반전 자체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쌓아가는가'에 집중한다고 보면, 반전의 예측 가능성은 큰 결함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Q. 마르코 사로르가 연기한 악당 엘 코르보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A. 엘 코르보는 '세계 랭킹 1위 킬러'로 설정된 캐릭터입니다. 쉽게 말해 카르텔 보스도 돈으로 고용해야 할 만큼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말이 거의 없고, 등장만으로 장면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마르코 사로르가 이 캐릭터에 잘 맞았다는 건 제 경험상 이견 없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디아블로>는 새로운 영화가 아닙니다. 감옥 출신 남자, 지켜야 할 아이, 쫓아오는 킬러. 이 조합은 이미 여러 영화가 써왔습니다. 각본도 군데군데 아깝고, 15년이라는 공백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스콧 애드킨스가 밥 먹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그 서툰 표정이, 이 영화 전체 액션보다 더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 액션 팬이라면 손해 보는 선택이 아니고, 딸 둔 아빠라면 마지막에 마음이 무거워질 각오를 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오늘도 볼 게 없어서 또 액션 영화 목록을 뒤지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3GKqAb6x5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