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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개봉한 한국 옴니버스 영화 《리-본(Re-BORN)》은 감독 네 명이 각자의 에피소드를 맡아 113분 안에 네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OTT 목록을 훑다가 공승연 이름 하나 보고 눌렀는데, 솔직히 반신반의였습니다. 좀비가 나온다고 하면 저는 이미 결말이 보이는 것 같아 손이 잘 안 가거든요. 그런데 이건 좀 달랐습니다.

 

옴니버스 구성, 뭐가 다를까

옴니버스(omnibus) 형식이란, 독립된 단편 이야기 여러 편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은 구조를 말합니다. 각 에피소드는 감독도, 장르도, 분위기도 제각각이라 마치 다른 영화를 연달아 보는 느낌이 납니다. 장점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편마다 온도가 달라 흐름이 툭툭 끊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리-본》은 총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편차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야기마다 장르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스릴러로 시작했다가 가족 코미디가 나오고, 그다음에는 느닷없이 초능력 액션이 나옵니다. 처음엔 채널을 잘못 돌린 건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옴니버스 특유의 장점은 살아있습니다. 각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단편 영화의 미덕인 '불필요한 장면을 걷어낸 밀도'가 느껴지는 편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상 영화 중반에 딴생각을 하게 되면 이미 그 영화는 진 것인데, 《리-본》은 적어도 두 편에서는 그 순간이 오지 않았습니다.

  • 총 4개 에피소드, 감독 4명이 각각 연출
  • 전체 러닝타임 113분 (1편당 평균 28분 내외)
  • 장르: 로맨스, 코미디, 액션, SF가 에피소드마다 다름
  • 공승연, 김민석, 박경혜, 장유상, 진구, 음문석 출연
요약: 옴니버스 구조 특성상 편마다 온도 차가 있지만, 단편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밀도가 살아있어 전체적으로 지루할 틈은 없습니다.

 

좀비 차별이라는 설정, 웃기면서 불편했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에피소드는 네 번째 이야기 'LOVE SICK'입니다. 부산발 좀비 바이러스가 백신 개발로 종식된 뒤의 이야기인데, 전 좀비 감염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상황이 배경입니다.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 집단이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딱지를 받아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에피소드가 그걸 꽤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감염자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쓰게 하고, 택시도 안 태워주고,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구타를 당하기도 합니다. 웃자고 설정한 장면들인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웃기보다 눈이 아팠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던 때가 떠올랐거든요. 주변 시선이 어땠는지, 그 두 주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주인공 승범(장유상)은 전직 좀비였던 변호사로, 감염자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맡습니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건, 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특수 법률 분야가 실제로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진정 건수는 매년 2만 건을 넘어섭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이 에피소드가 완전한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승범이 여자친구 지윤(공승연)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서 지윤이 고백을 터뜨리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해해 줄 거지?"라는 그 한마디를, 제 경험상 이런 짧은 대사가 길게 남는 영화가 좋은 영화입니다. 사랑이 상대를 어디까지 이해하는 것인지,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요약: 'LOVE SICK'은 좀비 바이러스 종식 이후 사회적 낙인을 받는 감염자 문제를 다루며, 현실의 차별 구조를 날카롭게 건드립니다.

 

도플갱어 코미디, 이 온도 변화가 묘미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1+1'은 톤이 완전히 다릅니다. 공무원 시험을 몇 년째 낙방 중인 지천(김민석)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나타납니다. 도플갱어(Doppelgänger)란, 독일어에서 유래한 말로 '이중 보행자'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실존하는 자신의 복사본을 뜻하며, 여기서는 외계 종족이 인간의 외형을 복제한 존재로 풀립니다.

지천이 이 도플갱어에게 공부를 맡겨놓고 여자친구와 펜션으로 튀는 발상이 웃긴데, 저도 모르게 '저것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 보고서가 쌓이는 날이면 진심으로 나의 복사본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그 감각이 지천이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있어서, 웃으면서도 이상하게 공감이 됐습니다.

누나 박경혜, 이모 김재화와의 가족 티키타카가 우리 집 저녁 식탁 같아서 빵빵 웃다가, 반전이 터지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온도 변화가 이 에피소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도플갱어의 정체를 외계인으로 명확하게 설명한 결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끝까지 설명하지 않았다면 더 소름 돋았을 것 같습니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열린 결말이 단편에서는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세 번째 에피소드 '장아치청'은 88 콜라를 마시면 60분간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으로, 진구와 음문석이 나와 액션을 진지하게 펼칩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장르적 쾌감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가장 시원하게 소화되는 편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하는 오락 미디어의 스트레스 해소 기능처럼(출처: WHO), 가끔은 설명 없이 그냥 통쾌한 장면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요약: '1+1'은 도플갱어를 이용한 가족 코미디에서 시작해 스릴러로 전환되는 온도 변화가 핵심이며, 공감 가는 설정으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리-본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2년 극장 개봉 이후 국내 주요 OTT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마다 제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검색창에 '리-본 Re-BORN'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빠릅니다. 저는 OTT 목록을 넘기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Q. 옴니버스 영화라 에피소드마다 연결이 되나요?

A. 각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독립된 이야기입니다. 다만 '좀비 바이러스가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세계관 설정이 일부 에피소드에 공유됩니다. 연결 고리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각 단편을 독립적으로 즐기는 편이 몰입도가 높습니다. 제 경험상 연결 고리를 억지로 찾으려 하면 되려 피로해집니다.

 

Q. 좀비 공포 영화를 무서워하는데 봐도 괜찮을까요?

A. 《리-본》은 좀비 호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아닙니다. 좀비 설정을 사회적 맥락이나 코미디의 도구로 활용하는 편이라 공포 영화에 약한 분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초반 일부 장면에 혈흔과 액션이 있으니 완전 무방비 상태보다는 살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Q. 네 편 중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볼 만한가요?

A.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LOVE SICK'입니다. 웃자고 만든 장면들이 현실의 차별 구조와 겹치면서 묘하게 불편한데, 그 불편함이 좋은 쪽이었습니다. 가족 코미디가 좋다면 '1+1'을, 통쾌한 액션이 목적이라면 '장아치청'을 먼저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론

좀비물이라는 이유로 필터링하던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 《리-본》은 지나치면 아까운 작품입니다. 편마다 온도가 다르고 편차가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짧고 굵은 네 가지 맛을 한 판에 먹는 셈 치면 남는 장사입니다. 특히 'LOVE SICK'에서 차별받는 감염자의 이야기를 보며 느낀 그 불편한 감각, 그리고 "이해해 줄 거지?"라는 짧은 대사는 제 경험상 이런 여운이 남는 영화가 다시 보게 만듭니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에피소드 순서대로 보되, 장르가 바뀔 때마다 채널이 바뀐 것처럼 느껴져도 당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게 이 영화의 의도입니다. 저는 두 번 볼 생각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XJd2E3xW5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