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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은 지난주 화요일 밤, 퇴근하고 늦게 저녁을 먹은 뒤 거실에서 다시 본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처음 볼 때는 웃으러 갔습니다. 우주 생존 영화라는데 코미디라는 평이 많아서 반신반의했습니다. 막상 보니 정말 웃겼습니다. 이번에는 그 웃음이 어디서 오는지 보려고 봤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을 먼저 보는 편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유형입니다. 이 글에서는 화성에 남겨진 사람이 버티는 과정, 혼자 있는데 혼자가 아닌 이유, 그리고 이 작품이 사백팔십만 관객을 모은 까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남겨진 사람의 첫날
이야기는 임무 중단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모래 폭풍이 몰아치고, 팀은 서둘러 우주선으로 돌아갑니다. 한 사람이 날아온 파편에 맞아 쓰러집니다. 동료들은 그를 죽었다고 판단하고 떠납니다. 폭풍이 거세져 더 머물 수가 없습니다.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그는 살아 있습니다. 다음 장면에서 그는 혼자 일어나 상처를 꿰맵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성격이 정해집니다. 절망을 길게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는 먼저 남은 식량을 세고, 물을 만들 방법을 찾고, 통신을 복구할 계획을 세웁니다. 계산이 먼저 나오고 감정은 뒤따릅니다. 그 순서가 이 영화를 유쾌하게 만듭니다. 절망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예전에 맡았던 프로젝트를 떠올렸습니다. 예산이 반으로 줄고 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일정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때도 살아남는 방법은 같았습니다. 남은 것을 세고, 되는 것부터 하는 것입니다. 화면 속 인물이 감자를 심는 장면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웃었지만 마음은 조금 아팠습니다. 아내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나랑 똑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칭찬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다른 생존 영화와 갈라지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주인공은 절망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관객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불안을 대신 짊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이유
이 작품의 절반은 지구에서 벌어집니다. 우주선을 떠난 동료들이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를 두고 왔다는 사실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리에서 다시 그를 구할 방법을 찾습니다. 이 교차가 영화의 온도를 만듭니다. 혼자 있는 장면과 여럿이 고민하는 장면이 번갈아 나옵니다.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편집이 경쾌합니다. 한쪽에서 막히면 다른 쪽에서 답이 나옵니다. 이 리듬이 두 시간 반을 지탱합니다. 관객은 두 장면을 번갈아 보면서 퍼즐을 맞추는 기분을 느낍니다. 저는 이 구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혼자 버티는 이야기인데도 계속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점이 이 영화를 외롭지 않게 만듭니다.
유머도 이 구조에서 나옵니다. 혼잣말과 기록 영상이 코미디의 통로가 됩니다. 그는 카메라를 보며 자기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 설명이 담담해서 웃깁니다. 웃음의 근거가 상황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도 존경하게 됩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의 구조가 다소 매끄럽습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해결책이 적당한 시점에 등장합니다. 긴장이 충분히 쌓이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위기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화성에서의 생활이 반복되면서 중반이 조금 늘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인물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둡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의 낙관
성적은 좋았습니다. 개봉 닷새 만에 이백만, 열하루 만에 삼백만을 넘었습니다. 최종 관객은 사백팔십만 명이 넘었습니다. 십 월에 개봉한 외화 가운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한글날 연휴가 겹친 것도 컸을 겁니다. 국내 흥행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서가 맞았다는 뜻입니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여러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작품상을 포함해 일곱 부문 후보였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부문은 자신이 없어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낙관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이만큼 밝은 SF가 드뭅니다. 재난을 다루면서도 웃을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재난을 다루면서도 사람을 믿는 태도가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봅니다.
위기 해결이 매끄러운 점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여러 번 볼 만합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지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봤습니다. 처음 볼 때는 화성만 봤습니다.
마션은 문제를 푸는 사람이 끝까지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가장 작은 문제부터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이 영화는 재난보다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