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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기 영화라면 한 인물의 내면까지 파고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마이클>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의 에너지만 보여주고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저도 극장에서 스릴러 전주가 흘렀을 때 손뼉을 쳤습니다. 왜 반쪽짜리 영화가 이렇게 잘 팔렸는지, 그리고 그게 정말 괜찮은 일인지를 따져봤습니다.

 

반쪽짜리가 된 사연 — 합의문 조항과 3막의 실종

개봉이 5월 13일이었으니 미국보다 꼬박 19일 늦었습니다. 유니버설의 해외 배급 일정 때문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도 비슷하게 밀렸으니 우리만 손해 보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개봉 첫 주 평일 저녁 회차로 봤습니다. 퇴근하고 밥까지 먹으면 영화관 갈 체력이 남지 않는 나이인데, 이 영화는 예외였습니다. 중학교 때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가며 봤던 그 사람이 큰 화면에 다시 서 있는 걸 한 번은 봐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영화는 1966년 인디애나주 게리에서 시작합니다. 아버지 조셉 잭슨 역의 콜먼 도밍고가 어린 아들들을 끌고 다니며 공연을 시키고, 마음에 안 들면 벨트를 풀어 매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됐는지, 그 배경인 가난과 인종차별, 실패한 음악가의 꿈같은 맥락은 거의 생략됩니다. 감정의 뿌리를 보여주지 않으면 인물이 아니라 사건만 남는다는 게 제 생각인데, 영화는 처음부터 그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영화가 반쪽짜리가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법적 조항에 있습니다. 제작 막바지에 확인된 사실인데, 아동 성추행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던 챈들러와의 민사 합의문(Civil Settlement) 안에 "그의 이름이나 사건을 어떠한 극화에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민사 합의문이란 법정 판결 없이 당사자 간 금전 합의로 분쟁을 종결한 문서를 말하는데, 이 한 줄이 7년을 매달린 영화의 3막 전체를 날려버렸습니다. 감독 안톤 후쿠아는 "그가 괴물처럼 취급되는 장면까지 찍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대규모 재촬영을 거쳐 배드 투어(Bad Tour)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서 영화가 끊기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배드 투어란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마이클 잭슨의 첫 단독 월드 투어로, 그의 솔로 슈퍼스타 절정기를 상징하는 시점입니다.

  • 원래 초안: 1993년 네버랜드 경찰 급습 장면으로 시작, FBI 수사·언론 공격·정신적 고립까지 포함
  • 변경 후: 배드 투어 직전 장면에서 종료, 3막 전체 삭제
  • 추가 재촬영 비용: 제작자 그레이엄 킹 측 1,000만 달러 이상, 안톤 후쿠아 연출료 1,500만 달러 이상 추가 수령
  • 재단 공식 승인 바이오픽(Biopic)이라는 특성상 재단의 조율이 배우 구성과 스토리 범위에 직접 영향

바이오픽이란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극화한 전기 영화를 뜻합니다. 재단 공식 승인이 붙은 바이오픽은 제작 접근성이 높아지는 대신 이처럼 서술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넷 잭슨이 아예 등장하지 않고, 라토야 잭슨이 사실상 배경으로만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재단이 조율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요약: 합의문 법 조항 하나가 3막을 통째로 날렸고, 재단 공식 승인 바이오픽의 구조적 한계가 영화 전반의 서술 범위를 처음부터 좁혀놨습니다.

 

그래도 왜 극장에서 손뼉을 쳤나 — 흥행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전기 영화란 인물의 내면과 시대적 맥락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스릴러(Thriller) 도입부 사운드가 울렸을 때, 저는 비판적인 생각을 단 1초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흥행한 방식은 음악 콘서트 실황의 카타르시스와 비슷합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강렬한 감정 경험을 통해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는 심리적 현상을 뜻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히트곡들이 극장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올 때, 관객은 자신이 오래 쌓아뒀던 감정적 기억을 한꺼번에 꺼내 씁니다. 스트리밍이나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 다릅니다. 제가 직접 앉아서 들어봤는데, 빌리 진(Billie Jean)의 베이스라인이 저음으로 깔릴 때의 물리적 진동은 집에서는 재현이 안 됩니다.

배우 자파르 잭슨이 무대에 올라서는 퍼포먼스 시퀀스에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솔직히 우습게 봤습니다. 삼촌을 조카가 연기한다는 기획이 작위적으로 들렸거든요. 그런데 무대 장면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표정과 말투가 완벽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무대 위에서의 신체 언어와 에너지는 제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었습니다. 이 정도 착시(視覺的 錯覺)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반면 콜먼 도밍고는 이 영화에서 연기다운 연기를 하는 사실상 유일한 배우였는데, 아버지 조셉 잭슨이라는 역할 자체가 협소한 틀에 갇혀 있어서 제대로 펼칠 공간이 없었습니다.

<마이클>은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 기준으로 음악 전기 영화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제작비 약 1억 5,500만 달러 대비 회수율을 보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꿈같은 결과입니다. 위키드(Wicked)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를 극장에서 따라 부르고,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이 에라스 투어(Eras Tour) 콘서트 필름 상영 때 러브 스토리를 함께 외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노래가 콘텐츠이고, 극장이 그 노래를 최대한 크게 트는 공간이 됩니다.

요약: 내면 없는 영화가 흥행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관객이 원한 건 분석이 아니라 그 노래를 극장 스피커로 듣는 경험이었고, 이 영화는 그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속편 전망 — 다음 편이 두려운 이유

속편 제작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이미 나왔습니다. 남은 소재는 넘칩니다. 위험한(Dangerous) 앨범 시대, 네버랜드(Neverland) 건설과 붕괴, 1993년 아동 성추행 의혹, 2003년 두 번째 의혹과 무죄 판결, 그리고 2009년 사망까지. 서사적으로는 이번 편보다 훨씬 풍부한 소재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이번 편이 두려워하며 피해 간 곳이 정확히 그 구역이기 때문입니다. 속편에서도 재단의 승인 구조가 유지된다면, 다시 한번 화려한 공연 시퀀스만 얹고 인물의 내면은 건너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이클이 왜 자신의 외모를 그토록 바꾸려 했는지, 무엇이 그를 네버랜드라는 폐쇄된 세계로 밀어 넣었는지, 그 내면의 동력이 빠지면 우리는 또 한 번 옛날 노래를 큰 소리로 듣는 시간을 사는 셈이 됩니다.

한 가지 더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영화 중 마이클의 외모 변화(Cosmetic Transformation)를 다루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내면 성찰은 없습니다. 코스메틱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외과적 시술이나 피부 처치를 통해 외모를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마이클 잭슨의 경우 이것이 정체성·인종·자기혐오와 얽힌 복잡한 심리적 사안으로 오랫동안 논의돼 왔습니다. 그 복잡성을 영화가 다루지 않은 건 단순한 서사 선택이 아니라 회피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마이클 잭슨 유족 재단과 제작사의 계약 구조에 대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의 보도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재단이 창작 범위에 개입하는 방식이 속편에서도 같은 형태로 유지된다면, 다음 편에서 1993년 이후를 어떻게 다룰지가 이 프로젝트 전체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흥행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 돈을 써서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요약: 속편의 소재는 넘치지만, 재단 승인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번과 같은 회피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편이 1993년 이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 시리즈의 진짜 가치를 결정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이클 잭슨 영화, 비팬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팬 위주의 영화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음악을 전혀 모르더라도 잭슨 파이브 시절 아역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볼 만합니다. 다만 주변 인물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인물 관계를 따라가기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Q. 자파르 잭슨이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다는 게 억지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무대 퍼포먼스 장면에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상 연기의 완성도는 고르지 않지만, 신체 언어와 무대 위 에너지만큼은 착시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Q. 성추행 의혹은 영화에서 어떻게 다루나요?

A. 다루지 않습니다. 민사 합의문에 조던 챈들러의 이름과 사건을 극화에 쓰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제작 막바지에 3막 전체를 삭제했습니다. 영화는 배드 투어 무대에 오르기 직전 장면에서 끝납니다.

 

Q. 속편은 언제 나오나요?

A. 속편 제작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이미 나왔지만, 구체적인 개봉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소재는 Dangerous 앨범 시대부터 2009년 사망까지인데, 재단 승인 구조 안에서 1993년 이후를 어떻게 다룰지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결론

좋은 영화냐고 물으면 글쎄요, 좋은 드라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제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인물의 내면은 없고, 갈등은 아버지와의 관계 하나로 압축됐으며, 결말은 축제 직전에서 뚝 끊깁니다. 그런데 팝콘 뮤지컬로 보면 값어치 있는 두 시간이었습니다. 노래가 좋다는 것과 영화가 좋다는 건 다른 문제인데, 이 영화는 그 두 가지를 교묘하게 섞어서 관객이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밥이 맛있다고 그 집 위생까지 괜찮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극장 밖에서 들었습니다.

속편이 나오면 또 보러 갈 생각입니다. 다만 다음에는 이 사람이 왜 자신을 그렇게까지 밀어붙였는지, 그 내면을 좀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게 빠지면 우리는 또 옛날 노래를 큰 화면에서 한 번 더 듣는 시간을 사는 것에 그칩니다. 흥행 성공이 회피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 속편에서는 제발 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z4SExO5SV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