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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유튜브 썸네일에 "소름돋는 명작"이라고 붙어 있으면 먼저 걸러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주말에 딱히 볼 게 없어서 애플TV 신작 메이데이(Mayday)를 별 기대 없이 눌렀고, 두 시간 뒤에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너가 냉전 한복판을 누비는 이 버디무비, 명작까진 아니지만 주말 저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영화입니다.

 

1987년 냉전의 공기, 그리고 뜻밖의 시작

제가 80년대 후반에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소련은 교과서 속 단어였습니다.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 즉 양측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서로 먼저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전략적 균형이 냉전의 핵심 논리였는데, 그 긴장이 실제로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메이데이는 1987년을 배경으로 그 시대 공기를 꽤 우직하게 깔아줍니다.

미 해군의 베테랑 파일럿 트로이는 SR-71 블랙버드(SR-71 Blackbird)에 탑승해 소련 상공 정찰 임무에 투입됩니다. SR-71 블랙버드란 냉전 시절 미국이 운용한 초고속 전략 정찰기로, 최대 고도 약 2만 5천 미터에서 음속의 세 배 이상으로 비행할 수 있어 당시 소련 방공망으로는 격추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기체입니다. 제가 직접 항공 관련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이 기체가 실제 임무에서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극 초반 설정에 묘한 무게를 더해줍니다.

그런데 트로이는 소련 전투기에게 기습을 당해 추락합니다. 눈밭에서 눈을 떴을 때 그의 무릎에는 나뭇가지가 박혀 있고, 총을 겨눈 남자가 앞에 서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쟁 생존 스릴러처럼 보이는데, 반전은 그 남자의 정체입니다. 전직 KGB 요원, 닉. KGB(Komitet Gosudarstvennoy Bezopasnosti)란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로, 정보 수집과 방첩, 체제 반대 세력 탄압을 동시에 수행한 냉전 시대 소련의 핵심 비밀경찰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전력의 노인 벽지에 미국 잡지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장면에서 피식 웃었던 게 기억납니다.

요약: 1987년 냉전을 배경으로 소련 상공에서 추락한 미 해군 파일럿과 전직 KGB 요원의 뜻밖의 만남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버디무비(Buddy Movie)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인물이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구조의 장르를 말합니다.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전직 소련 비밀경찰과 입이 쉬지 않는 미 해군 조종사의 조합은 이 공식을 꽤 교과서적으로 따릅니다. 그런데 공식을 따른다고 다 재밌는 건 아니죠. 이 영화가 살아있는 이유는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너라는 두 배우의 호흡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시리즈 이후로 계속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제 솔직한 생각으로는 그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속사포 같은 입담과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는 여전합니다. 잘하는 걸 또 한 겁니다.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할 테고, 이미 물린 분이라면 그 아쉬움이 끝까지 따라갈 겁니다. 제 경우엔 전자였습니다.

반면 케네스 브래너는 이번이 처음일 것 같은 역할인데 전혀 겉돌지 않았습니다. 셰익스피어 연출과 비교적 무거운 작품들로 쌓아온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코미디 버디무비에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묵직한 카리스마로 레이놀즈의 가벼움을 받쳐주는 앙상블(Ensemble), 즉 두 배우가 각자의 색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연기 구조가 이 영화에선 특히 잘 작동합니다. 브래너가 없었으면 이 영화는 훨씬 가벼워졌을 겁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존 프랜시스 데일리와 조너선 골드스타인 콤비입니다. 게임 나이트(Game Night, 2018)와 던전 앤 드래건: 도적들의 명예(Dungeons & Dragons: Honor Among Thieves, 2023)를 만든 팀으로, 액션과 코미디를 섞는 데 익숙한 연출진입니다. 일각에서 "데드풀과 울버린 제작진이 만들었다"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영화 연출은 숀 레비가 담당했고 이 팀과는 다릅니다. 겹치는 부분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제작사 쪽입니다.

이 영화가 잘 만든 오락영화인 이유

  • 버디무비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두 배우의 실제 호흡이 공식을 살려낸다
  •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청스러운 코미디와 케네스 브래너의 무게감이 서로를 보완하는 앙상블 구조가 탄탄하다
  • 시베리아 설원을 달리는 열차 추격 시퀀스 등 블록버스터급 액션이 러닝타임 내내 카타르시스를 준다
  • 단순 탈출극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면서도 결국 신뢰를 선택하는 인물 관계가 극의 온도를 높인다
요약: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너의 상반된 케미스트리가 버디무비 공식을 제대로 살려내며, 이것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오락영화 포장 아래 남은 씁쓸한 여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멈칫했습니다. 영화 안에 석면(Asbestos) 노출 문제가 등장합니다. 석면이란 미세한 섬유 형태의 광물질로, 흡입 시 폐암과 악성 중피종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미 해군이 조선소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위험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주인공이 그 사실을 의회에서 증언한 뒤 사실상 군에서 내쳐집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석면 직업 노출 자료에 따르면 석면 관련 질환은 노출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당시 피해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아무런 보상 없이 방치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80년대를 살아본 사람으로서 그 대목에서는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국가와 조직이 개인을 어떻게 버리는지, 그 자리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가 이 영화의 실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전 시대 첩보전을 다룬 영화들을 평가하는 데 자주 쓰이는 기준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지수, 즉 영화 비평가들의 긍정 평가 비율을 집계한 지표를 보면 메이데이는 긍정 평가 약 83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출처: 메타크리틱(Metacritic) 기준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60점 안팎입니다. 잘 만든 오락영화에게 주는 점수이지, "인생 영화"를 가리킬 때 나오는 수치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소름돋는 명작"이라는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웃으면서 보는 영화입니다. 다만 웃고 나서 뒤에 남는 감정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는 것, 그게 이 영화를 평범한 오락영화와 조금 다르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중반 열차 추격 이후 템포가 조금 늘어지고, 집요하게 쫓아오는 KGB 간부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납득할 이유가 약합니다. 악당이 전형적이라는 건 버디무비의 고질적인 약점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요약: 코미디 탈출극 포장 뒤에 조직에 버려지는 개인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어 있으며, 평론 점수는 잘 만든 오락영화 수준으로 명작 호칭은 과장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이데이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애플TV 오리지널 작품으로, 애플TV 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은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용 애플TV 앱에서도 재생됩니다. 애플 기기가 없어도 앱만 설치하면 바로 볼 수 있어 접근성이 높은 편입니다.

 

Q. 데드풀처럼 19금 수위가 높은 영화인가요?

A. 데드풀 시리즈와는 결이 다릅니다. 냉전 시대 액션 코미디로 폭력성과 수위는 훨씬 낮고, 가족과 함께 보기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입담은 살아있지만, 직접적인 자극보다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에 기댄 영화입니다.

 

Q. SR-71 블랙버드가 실제로 나오나요?

A. 네, 영화 초반 정찰 임무 장면에서 블랙버드가 등장합니다. 실제 SR-71은 냉전 시절 미국이 운용한 초음속 전략 정찰기로, 소련 상공을 정기적으로 비행했던 기체입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항공기 자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초반 시퀀스만으로도 흥미를 느끼실 겁니다.

 

Q. 케네스 브래너가 코미디 영화에서도 어색하지 않나요?

A.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셰익스피어 연출과 무게 있는 작품들이 익숙한 배우라 코미디에서 겉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묵직한 카리스마로 레이놀즈의 가벼움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냅니다. 오히려 브래너가 없었으면 영화가 훨씬 가벼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메이데이는 "소름 돋는 명작"이 아니라 "주말 저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정도 기대를 가지고 보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오히려 기대를 낮추고 눌렀을 때 마지막에 남는 묵직한 여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시리즈물은 부담스럽고 두 시간짜리로 가볍게 달리고 싶은 분, 냉전 시대 배경의 스파이 액션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너 중 한 명이라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애플 TV 앱을 열어볼 것을 권합니다. 다음 주말에 저는 애플 TV 신작 목록을 한 번 더 뒤질 생각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YG51RX5V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