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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는 지난 금요일 밤, 아내가 먼저 잠든 뒤 거실에서 혼자 본 영화입니다. 십 년 만에 다시 봤습니다.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였고, 그때는 영화관 앞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다음 회차까지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화면 아래 자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젊을 때는 자막을 읽지 않고 장면만 따라갔는데, 지금은 대사 하나하나가 다르게 들립니다. 이 글에서는 서른 해 전으로 떨어진 고등학생의 하루, 부모를 다시 만나는 장면,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른 해를 건너간 하루
주인공은 시계를 늘 늦게 맞추는 고등학생입니다. 집안은 넉넉하지 않고, 아버지는 소심하고 어머니는 지쳐 있습니다. 그가 찾아가는 곳은 마을 끝 외곽의 낡은 집입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동네에서 괴짜로 통하는 발명가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크지만 친구처럼 지냅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반말을 하고, 아이가 어른에게 농담을 던집니다.
어느 밤, 주차장에서 실험이 벌어집니다. 그 자리에서 주인공은 서른 해 전으로 옮겨집니다. 도착한 곳은 지금과 같은 마을이지만 모든 것이 다릅니다. 도로가 흙길이고, 상점 간판이 다르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낯섭니다. 그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풍경입니다. 이 장면의 미술이 이 영화의 재미를 절반쯤 만듭니다. 간판의 글씨체와 자동차의 모양까지 세심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어릴 적 동네가 떠올랐습니다. 저희 동네에도 사거리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고, 그 앞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화면 속 마을 풍경이 그 시절과 겹쳤습니다. 아내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아버지가 입던 셔츠를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옷 한 벌로 과거가 돌아오는 영화입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한참 화면을 멈춰 두었습니다.
시간여행 규칙도 이 영화는 일찍 정리해 둡니다. 과거에서 무언가를 바꾸면 지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관객은 그 규칙을 한 번 듣고 나면 계속 그것을 머리에 두고 장면을 봅니다. 그래서 소소한 행동 하나에도 긴장이 생깁니다. 말 한마디가 미래를 흔들 수 있다는 설정이 계속 긴장을 만듭니다.
부모를 다른 눈으로 보는 일
이 영화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서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주인공은 과거에서 자기 부모를 만납니다. 아버지는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어머니는 지금보다 훨씬 활발합니다. 그는 두 사람을 자식의 눈이 아니라 또래의 눈으로 봅니다. 그 순간 부모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 되었는지, 어머니가 왜 지쳐 있는지가 앞부분의 장면들로 설명됩니다. 설명은 대사가 아니라 사건으로 옵니다. 이 방식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듭니다. 관객은 주인공과 같은 속도로 깨닫게 됩니다. 저는 그 지점에서 코웃음이 아니라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부모도 한때는 서툰 젊은이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제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아버지가 서른 무렵 어떤 사람이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사진 몇 장이 전부입니다. 그 시절의 아버지를 상상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 아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 다 그 자리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의 해결이 조금 손쉽게 풀립니다. 갈등이 커졌다가 몇 번의 우연으로 정리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악당도 위협적이기보다 우스운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그 가벼움을 의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무게보다 리듬을 택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집니다.
규칙을 지킨 각본의 힘
이 작품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각본에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구멍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 영화는 그 구멍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끝까지 어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봐도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각본은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국내 사정도 흥미롭습니다. 미국에서는 1985년에 개봉했지만 국내 개봉은 1987년이었습니다. 심의 문제로 개봉이 미뤄진 것입니다. 그때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사연을 나중에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때의 심의 기준을 지금의 눈으로 판단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 관객 34만 명을 모았습니다. 당시 외화로서는 성공한 편이었습니다. 그 뒤로 여러 번 텔레비전에서 방영됐고, 2015년에는 재개봉도 했습니다. 세대를 바꿔 가며 계속 상영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이 작품을 보존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갈등이 가볍게 정리되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남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젊을 때는 자동차가 나는 장면만 기억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선이 달라지는 영화입니다.
백 투 더 퓨처는 부모를 다시 만나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꺼내 봤습니다. 이 영화는 설명보다 리듬을 택한 작품입니다.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보고 그 시절 이야기를 해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