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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는 지난 금요일 밤, 아내가 거실에서 보고 있던 채널을 옆자리에 앉아 같이 본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코미디라고 해서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중반부터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처지는 아니지만, 한 달에 두어 번 찾아뵙는 자리에서 늘 비슷한 대화를 반복합니다. 그 대화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자꾸 떠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하루아침에 젊어진 사람이 가족 앞에서 자기 이름을 감추는 이야기, 그리고 이 작품이 팔백육십만 관객을 모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진관에서 시작된 하루
주인공은 나이가 많은 여성입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한집에 삽니다. 집안에서 그녀의 말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장면이 초반에 여러 번 나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오래된 사진관에 들어갑니다.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오자 몸이 달라져 있습니다.
이 영화의 출발점은 그 설정 하나입니다. 늙은 사람이 스무 살 몸으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사진관 주인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화도 그 부분을 파고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관객은 원리를 따지지 않고 이야기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설명을 줄이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관객이 원리를 따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명절에 어머니가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 주셨습니다. 그 사진 속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겹치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어머니는 그 사진을 찍을 때 스무 살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내는 그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 두었습니다. 우리가 부모의 젊은 시절을 아는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사진 한 장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는 그 빈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젊은 몸에 남은 습관
겉모습은 스무 살이지만 속은 그대로입니다. 걸음걸이와 말투, 손을 놓는 버릇이 늙은 사람의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어도 대화의 리듬이 어긋납니다. 이 어긋남이 웃음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웃음은 놀리는 쪽이 아닙니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웃음입니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웃음입니다.
그녀는 이 기회를 노래에 씁니다. 젊은 시절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이제야 부릅니다. 무대에 서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밝은 대목입니다. 배우가 직접 노래를 소화해 내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목소리와 표정이 따로 놀지 않습니다. 관객이 박수를 치게 되는 장면입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리모컨을 내려놓고 박수를 쳤습니다.
가족과 마주치는 장면은 더 복잡합니다. 아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손자는 다른 감정을 품습니다. 손자의 감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부분입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없습니다. 가족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늙은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이중성이 후반부의 무게를 만듭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늙은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정이 잔인하면서도 정확합니다. 아쉬운 점은 그 무게가 조금 가볍게 정리된다는 것입니다. 이별의 장면이 매끄럽게 넘어갑니다. 조금 더 머물러도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팔백육십만이 웃은 이유
성적은 대단했습니다. 최종 관객은 팔백육십만 명을 넘었습니다. 제작비는 수십억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형 배급은 아니었지만 상영관 수가 꾸준히 늘었습니다. 겨울에 개봉해 오래 상영되었습니다. 개봉 첫날 성적은 좋지 않았다는 감독의 인터뷰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입소문이 붙으면서 순위가 계속 올라갔습니다. 겨울 방학과 설 연휴가 맞물린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뼈대가 국경을 넘어 통한다는 뜻입니다. 늙은 사람이 젊은 몸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어느 문화에서나 먹힙니다. 다만 가족을 대하는 정서는 이 작품이 가장 정교합니다. 웃음의 온도가 다른 나라 판본과 확실히 다릅니다.
후반부의 정리가 빠른 점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두 번 볼 만합니다. 처음에는 웃으려고 보고, 두 번째에는 가족을 보게 됩니다. 저는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웃는 장면보다 조용한 장면이 더 남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웃음보다 침묵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늙은 사람이 자기 삶을 다시 고르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영화의 추천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세대나 가족과 함께 볼 작품을 찾는 분에게도 잘 맞습니다. 반대로 시간 이동의 원리를 꼼꼼히 따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진 한 장이 남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의 젊은 날을 다시 여쭤 볼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어떤 노래를 좋아하셨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주말에 찾아뵙고 오래 앉아 이야기를 들어 볼 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