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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미국 오하이오 시골에서 총을 들고 있습니다. 그것도 세바스찬 스탠,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요. 처음 캐스팅 명단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근데 이 영화, 끝나고도 꽤 오래 마음에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캐스팅이 만든 충격 — 스파이더맨이 왜 여기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국 남부 고딕 스릴러입니다. 원작은 도널드 레이 폴락의 동명 소설로, 원작자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출처: Netflix 공식 페이지).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켰을 때, 솔직히 배우 얼굴을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아는 얼굴이 너무 많았거든요. 아비 역의 톰 홀랜드, 보안관 보데 역의 세바스찬 스탠, 목사 티가딘 역의 로버트 패틴슨, 그리고 리노라 역의 엘리자 스캔런. 마블 영화에서 봤던 얼굴들이 미국 시골 사투리를 쓰며 절어 있는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납니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의 목사는 제 경험상 최근 본 영화 캐릭터 중 가장 소름 돋는 편에 속했습니다. 웃는 얼굴만 나와도 등골이 서늘해지더군요. 《더 배트맨(The Batman, 2022)》에서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배우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배우의 폭이라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남부 고딕(Southern Gothic)이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부패와 폭력, 종교적 광기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문학·영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름다운 시골 풍경 뒤에 썩어가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이 장르의 문법 안에서 저렇게 잘 나가는 배우들이 몸을 낮추고 진흙 속에 앉은 게, 이 영화를 보게 된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 톰 홀랜드 — 아비 러셀 역 (주인공, 복수를 이어가는 청년)
  • 로버트 패틴슨 — 티가딘 목사 역 (영화에서 가장 불쾌한 웃음을 가진 캐릭터)
  • 세바스찬 스탠 — 보안관 보데 역 (선거를 위해 증거를 숨기는 보안관)
  • 엘리자 스캔런 — 리노라 역 (《작은 아씨들》에서 막내 에이미를 연기한 배우)
요약: 호화 캐스팅이 장르의 무게를 끌어올렸고, 특히 패틴슨의 목사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연기였습니다.

 

신앙의 민낯 — 이 영화가 묻는 것

영화는 미국 오하이오 시골 마을에서 삼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윌러드가 아내 샬롯을 만나 아들 아비를 낳고, 아내가 암에 걸리면서 이 남자의 신앙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아끼던 강아지를 제물로 바치는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결국 샬롯은 죽고, 윌러드는 뒷산 십자가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남겨진 건 어린아이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제대로 된 어른이 한 명도 없습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다들 양반인데, 사람을 대할 때는 최악입니다. 광신도 설교자 로이는 아내 헬렌을 숲에서 목 찔러 죽이고 달아나고, 차를 몰고 다니며 사람을 찍어 죽이는 사이코패스 부부 칼과 샌디는 히치하이킹하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보안관 보데는 다음 선거를 위해 살인 증거를 통째로 없애버립니다.

서사 구조로 보면, 이 영화는 인터위빙 내러티브(interweaving narrative) 방식을 씁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평행하게 엮다가 한 지점에서 수렴시키는 방식인데, 쉽게 말해 퍼즐 조각들을 나눠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맞추는 구성입니다. 삼대의 이야기가 결국 아비 한 명의 여정으로 모입니다.

그 속에서 리노라는 목사 티가딘과 엮이고, 아이까지 갖게 된 뒤 교회마저 떠나 스스로 생을 끝냅니다. 그걸 뒤늦게 알게 된 아비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기도가 아니라 복수였다는 걸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저는 젊을 때 이런 영화를 봤다면 그냥 복수극으로 넘겼을 텐데, 지금은 다릅니다. 신앙이 사람을 지켜주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사람을 갉아먹는 건지. 이 질문이 예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냥 보여줄 뿐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 세계에는 중간이 없습니다. 신앙심 깊은 인물은 전부 광신도이고, 보안관은 선거만 생각하고, 설교자는 다 위선자입니다. 위선을 파고드려는 의도는 충분히 읽히는데, 다 그렇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명절에만 교회 가는 사람과 매일 새벽기도 나가는 사람이 같이 삽니다. 그 중간이 없는 영화라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요약: 신앙과 위선, 대물림되는 폭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삼대에 걸쳐 쌓아올리지만, 극단적 캐릭터 설정이 설득력을 일부 희석시킵니다.

 

끝나고도 오래 남는 뒷맛 —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가 이 영화를 봤을 때 와이프는 30분 만에 잠들었습니다. 초반엔 저도 하품이 나왔습니다. 전개가 느린 건 사실입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 18분인데,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 우겨 넣다 보니 인물 내면보다 사건 목록이 나열되는 느낌이 드는 구간이 있습니다.

영화 비평 매체 로저 이버트닷컴(RogerEbert.com)에서도 이 영화를 두고 "이야기의 무게는 충분하지만 각 인물에게 숨 쉴 공간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출처: RogerEbert.com). 제가 느낀 것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담백하게 쌓아놓고 한 번에 무너뜨리는 식입니다. 마지막 보안관 보데와 아비가 마주 앉는 장면의 긴장감은 영화 내내 가장 높았습니다. 아비의 총이 의도치 않게 발사되면서 보데가 쓰러지고, 다시 길 위에 오르는 아비의 마지막 컷. 저는 끝나고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톰 홀랜드의 연기는 솔직히 예상을 넘었습니다. 시골 청년의 억눌린 분노를 소리 없이 끌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에 차를 몰고 사라지는 그 얼굴만은 오래 지워지지 않습니다. 거대한 스타가 이렇게까지 몸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일입니다.

배속 재생을 추천하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1.2배속 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보데와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1배속으로 보시길 권합니다. 그 템포가 긴장감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웃으려고 켜는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결말까지 몰아볼 스릴러 한 편이 필요하거나, 오랫동안 마음에 흙이 묻는 영화를 원한다면 이건 맞는 선택입니다.

요약: 초반 전개는 느리지만, 담백하게 쌓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구성과 톰 홀랜드의 절제된 연기가 끝까지 끌고 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원작 소설이 있나요?

A. 있습니다. 도널드 레이 폴락이 201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에서는 원작자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더 주목받았습니다. 소설은 영화보다 각 인물의 내면을 훨씬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읽어보면 빠진 맥락이 채워지는 느낌이 납니다.

 

Q. 영화 전개가 느리다던데, 배속 재생해도 괜찮나요?

A. 제 경험상 1.2배속 정도는 초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보데 보안관과 아비가 마주하는 후반부 장면은 1배속으로 보는 걸 권합니다. 그 장면의 침묵과 느린 호흡이 긴장감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Q. 로버트 패틴슨이 목사 역인데 비중이 어느 정도예요?

A. 주인공 아비보다 비중은 적지만,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패틴슨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화면이 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웃는 얼굴 하나로 그 인물의 위험성을 전달하는 연기가 특히 돋보였습니다.

 

Q. 이 영화 잔인한 장면이 많은가요?

A. 직접적으로 피를 보여주는 장면보다는 심리적으로 불쾌한 장면이 많습니다. 동물이 희생되는 장면이 있고, 살인 행각을 담은 사진이 등장하는 시퀀스도 있습니다. 고어(gore)라기보다는 장면 하나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심한 영화입니다. 예민하신 분이라면 그 점은 감안하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명작이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전개가 느리고,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진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워지지는 않는 영화입니다.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아비의 마지막 얼굴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영화가 직접 꺼내는 문장인데, 보고 나면 이 말이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이 영화 전체의 요약처럼 들립니다. 아비의 선택 하나하나가 다 지킬 사람이 있어서 나온 것인데, 그 발자국마다 피가 묻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흙이 묻는 영화 한 편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는 그 자리에 맞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rd5pF9Qj_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