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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지난 일요일 오후, 아내가 낮잠을 자는 사이 거실에서 본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바빠서 놓쳤고, 그 뒤로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재생해 보니 학교 이야기라 처음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교실 장면을 보면 자연스레 학부모 쪽에 서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서로 다른 처지의 두 사람이 한 학기를 지내는 과정, 이름을 부르는 일이 가진 힘, 그리고 이 작품이 오백만 관객을 모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일

주인공은 이름이 낯선 고등학생입니다. 어머니는 다른 나라에서 왔고, 아버지는 몸이 불편합니다. 집은 달동네의 좁은 방이고, 그는 늘 몸을 접고 살아갑니다. 학교에서는 그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대할 때 먼저 주먹을 생각합니다. 말보다 몸이 앞서는 아이입니다. 그는 자기를 설명할 말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받아도 해명하지 않고 참거나 화를 냅니다. 그 둘 사이에서 늘 손해를 봅니다.

담임으로 온 교사는 사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규칙도 자주 어깁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첫 장면부터 어긋납니다. 선생은 아이를 특별한 대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냥 이름을 부르고, 밥을 먹이고, 함께 걸립니다. 그 사소한 태도가 아이에게는 낯섭니다. 그 낯섦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아이는 누군가 자기를 그냥 사람으로 대해 주는 일에 서툽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우리 아이가 중학교 때를 떠올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바뀌면서 표정이 달라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지금은 짐작이 갑니다. 아이는 자기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아내도 이 영화를 보더니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아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아이는 짧게 대답하고 끊었지만,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배우는 시간

이 영화가 다른 학교 이야기와 갈라지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선생이 아이를 구제하는 쪽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생이 아이에게 자기 사정을 배웁니다. 아이는 선생에게 맞서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위아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를 세워 주는 셈입니다. 관계의 방향이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침을 받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 구조를 받쳐 줍니다. 교사를 맡은 배우는 늘 조금 지쳐 있습니다. 아이를 맡은 배우는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무표정이 장면마다 다른 뜻이 됩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장면은 대사가 짧은데도 오래 남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한동안 화면을 멈춰 두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데도 대화가 됩니다. 그 어긋남이 오히려 정확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의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이 조금 빠릅니다. 문제가 커졌다가 한 번의 선택으로 정리되는 대목은 매끄럽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인물을 소재로 쓰지 않으려는 태도가 곳곳에 보입니다. 그래서 불편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불쾌하지 않습니다. 웃음이 나오는 대목도 있지만 조롱이 아닙니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일을 해냈습니다.

오백만이 선택한 이유

성적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최종 관객은 오백삼십만 명을 넘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었지만 이름값이 큰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개봉 뒤 입소문이 붙으면서 순위가 올라갔습니다. 이 작품을 본 관객이 주변에 권한 결과라고 봅니다. 개봉 초반보다 2주 차 이후에 관객이 더 늘었다는 기사도 기억합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다룬 문제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한 교실에 모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를 고발하는 쪽으로만 가지 않습니다. 인물을 웃음으로 다루는 대목이 있어서 무겁지 않습니다. 그 균형이 대중에게 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제 점수는 다섯 개 중 네 개 반입니다. 후반부의 정리가 빠른 점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두고두고 떠오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사람을 대하는 말투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값진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보면 또 다른 장면이 남을 겁니다.

완득이는 이름 하나가 사람을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자취를 하고있는 대학 2학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교실에서 소외된 기억이 있거나, 자녀를 키우는 부모면 권할 만합니다. 학교와 사회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분에게도 맞습니다. 자녀와 함께 볼 작품을 찾는 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사건이 빠르게 몰아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표정 하나가 오래 남습니다. 말하지 않고도 전부 전달되는 장면입니다.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