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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는 지난 주말 오후, 집안일을 마치고 거실에서 다시 본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아이가 아직 어렸습니다. 그때는 우주 장면의 규모에만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중반의 장면에서 자리를 고쳐 앉게 되었습니다. 저는 딸아이를 키우는 처지라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에 약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떠나는 아버지와 남는 딸, 행성마다 다르게 흐르는 시간, 그리고 이 작품이 천만 관객을 모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떠나는 아버지와 남는 딸

이야기는 농사를 짓는 집에서 시작합니다. 땅은 메마르고 먼지는 창문을 막습니다. 사람들은 곡식이 아니라 먼지를 걱정하며 삽니다. 아버지는 원래 다른 일을 하던 사람입니다. 사정이 생겨 고향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그 자리에 묶여 있습니다. 그는 농부가 아니라 엔지니어였던 사람입니다.

그에게 기회가 옵니다. 우주로 나가 사람이 살 곳을 찾는 임무입니다. 그는 딸과의 약속을 남기고 떠납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진짜 주제가 정해집니다. 우주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떠나는 동안 지구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그래서 이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시간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네 살 때 한 달에 두 번씩 집을 비웠습니다. 돌아오면 아이의 말투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변화를 놓친 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다. 아내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두 사람 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 이야기로 늦게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영상 편지가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소식이 도착하는 간격이 점점 벌어집니다. 받는 사람은 기다리고, 보내는 사람은 늙어 갑니다. 이 간격이 벌어지는 속도가 이 영화의 슬픔입니다. 대사보다 시간의 흐름이 감정을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우주가 아니라 시계입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

이 작품의 설정은 물리학에 기대고 있습니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영화는 그 원리를 장면으로 보여 줍니다. 행성에 내려가 몇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우주선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 있습니다. 이 계산이 관객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화면의 규모도 압도적입니다. 행성의 파도는 산처럼 보이고, 얼음의 들판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주선 안은 좁고 어둡습니다. 이 대비가 사람의 작음을 계속 상기시킵니다. 음악도 낮게 깔리다가 갑자기 커집니다. 저는 그 소리에 두어 번 놀랐습니다. 거실에서 보는데도 손이 움찔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의 설명이 앞부분보다 많아집니다. 인물이 입으로 원리를 정리하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조금 지루했습니다. 이야기를 스스로 완성할 여지를 남겼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도 부담입니다. 중간에 한 번 멈추고 봐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두 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규모에 놀라고, 두 번째에는 관계를 봅니다. 저는 이번에 딸의 나이 변화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면서 다른 것을 보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목록에서 지우지 못합니다.

천만이 선택한 이유

성적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개봉 사흘 만에 백만, 닷새 만에 이백만, 열이틀 만에 오백만을 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많은 작품이라 개봉 전에는 낮게 예측됐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로 짐작됩니다. 먼저 화면의 힘입니다. 큰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관객을 움직였습니다. 다음으로 부녀의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결국 가족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재관람입니다. 두 번 세 번 보는 관객이 많았다는 점이 숫자를 만들었습니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기술 부문에서 여러 상을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부문은 자신이 없어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진짜 성과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어려운 과학을 대중의 이야기로 바꿔 놓은 것입니다. 그 일을 해낸 작품은 드뭅니다. 저는 이 점에서 이 영화를 높게 봅니다.

제 점수는 다섯 개 중 네 개 반입니다. 후반부의 설명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오래 남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울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영화의 길이와 비슷했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아버지가 딸에게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딸아이랑 그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남긴 내용은 마지막에 남는 것은 우주가 아니라 손을 뻗는 동작입니다. 다음에는 딸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