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턴은 지난주 평일 밤에 거실 소파에서 혼자 본 영화입니다. 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재생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봤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골랐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을 삼십 년 가까이했기 때문에 이런 소재에 약합니다. 이런 영화는 보는 순간은 가볍고 남는 것은 오래갑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이런 작품은 유독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 글에서는 나이가 다른 두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만나는 과정, 세대가 부딪히고 다시 이어지는 방식, 그리고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신입 사원의 나이

주인공은 칠십 세 남성입니다. 은퇴한 뒤 할 일이 없어 오래 머물던 동네를 떠나 회사로 다시 들어갑니다. 그곳은 젊은 사람들로 가득한 스타트업입니다. 그가 지원한 자리는 시니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이야기는 이 낯선 출근에서 시작합니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고, 앉을 자리도 낯섭니다. 그의 자리는 맨 앞이 아니라 통로 쪽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작은 어긋남이 이어집니다.

첫날부터 그는 회사 사람들과 어긋납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속도도 느리고, 회의실의 분위기도 낯섭니다. 그런데 그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묻고, 기다리고,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이 태도가 조금씩 사람들을 움직입니다. 새 규칙을 배우는 속도는 느렸지만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 이름을 외우고, 커피를 타고, 문을 잡아 주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남달랐습니다. 저도 신입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반대로 어린 동료에게 배우는 자리에 있습니다. 화면 속 인물을 보면서 나이 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저도 요즘 후배에게 배우는 일이 많습니다. 자존심보다 배움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능해지는 일이 아니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아내에게는 요즘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두었습니다.

세대가 만나는 방식

이 영화는 세대 차이를 갈등으로만 몰고 가지 않습니다. 젊은 동료는 그를 처음에 어색해하지만, 곧 그의 경험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는 조언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말합니다. 그 절제가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관계를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결국 신뢰를 만듭니다. 그는 정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남깁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회사를 이끄는 젊은 대표는 일에서는 단호하지만 사생활에서는 흔들립니다. 그 앞에서 그는 연장자이면서 동시에 신입입니다. 이 이중적인 위치가 장면마다 재미를 만듭니다.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곁에 있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장면은 대사가 없어도 편안합니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푸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가 조금 얌전합니다. 갈등이 커졌다가 풀리는 방식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인물을 다루는 태도가 따뜻해서 끝까지 봤습니다. 중반 이후의 속도가 조금 처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인물들의 선택은 납득이 갑니다.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인물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와 가정 사이의 균형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일과 가정의 문제입니다. 젊은 대표는 회사를 키우면서 가정에서 시간을 잃습니다. 남편과의 거리, 아이와의 시간, 그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그는 그런 그에게 해결책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옆에서 들어 주고, 때로는 먼저 움직입니다. 회사를 향한 마음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같은 크기로 그려집니다. 그가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 점이 오히려 성숙해 보였습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두 배우의 이름값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래 활동한 배우와 젊은 배우가 함께 서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됩니다. 다만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흐릿해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이 세대 간 이야기로 오래 회자된다는 점입니다. 무대가 되는 회사의 풍경도 요즘 사무실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회사 이야기이자 가족 이야기로 봤습니다.

새로울 것은 적지만 정직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런 영화를 볼 때면 다음 날 회사에서 어떻게 사람을 대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새로울 것이 적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라고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제게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면 제 회사 생활도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아내에게도 다음 주말에 함께 보자고 했습니다.

인턴은 나이 든 사람이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아침에 출근할 때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오래 회사에 다닌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기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실제로 현실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주말 저녁에 소파에서 편하게 볼 작품을 찾는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음에는 퇴근길에 다른 직장 영화도 찾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