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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는 지난 일요일 밤, 아이가 잠든 뒤 거실에서 본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마지막 이십 분에서 숨이 막혔습니다. 그 느낌이 오래 남아 두 번째로 재생했습니다. 이번에는 앞부분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인데 싸우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외국 바이어와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통역을 끼고도 오해가 생기는 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낯선 존재와 대화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무엇이 남는지, 그리고 이 작품이 조용히 오래 남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는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어느 날 하늘에 낯선 물체가 나타납니다. 세계 여러 곳에 하나씩, 모두 열두 개입니다. 정부는 그 안에 들어가 말을 걸어 보기로 합니다. 사람을 보내는 대신 통역할 사람을 보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군인도 과학자도 아닙니다.

그녀가 처음 들어가는 장면이 이 영화의 성격을 정합니다. 무기는 없습니다. 대신 종이와 연필, 그리고 녹음 장비가 있습니다. 그녀는 상대의 말을 듣고 받아 적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이름을 알려 줍니다. 이 조심스러운 절차가 영화 전체의 태도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무역 상담을 떠올렸습니다. 통역이 있어도 농담이 통하지 않는 순간이 있고, 그때 분위기가 갑자기 굳습니다. 말이 통한다는 것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화면 속 인물도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아내는 이 영화가 너무 조용하다고 했지만 끝까지 봤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세밀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해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두려워하고, 어떤 사람은 먼저 무력을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이 갈라지는 방식을 이 영화는 아주 차분하게 보여 줍니다. 누구도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무섭습니다.

번역이 실패하는 자리

이 작품의 긴장은 전투가 아니라 번역에서 나옵니다. 상대의 글자는 동그라미 모양이고, 한 번에 여러 개가 겹쳐 나옵니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장의 방향을 모르면 뜻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과정이 영화의 절반입니다.

그런데 번역이 조금씩 풀리는 순간, 더 큰 문제가 드러납니다. 단어 하나를 잘못 옮기면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은 총을 겨누는 장면이 아니라 통역이 어긋나는 장면입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손에 땀이 났습니다. 큰 소리 한 번 없이 이만큼 긴장을 만드는 영화는 드뭅니다.

화면의 질감도 이 주제를 받쳐 줍니다. 안개와 유리, 흐린 하늘의 색이 계속 이어집니다. 소리는 낮게 깔리고, 갑자기 커지는 순간이 몇 번 있습니다. 그 소리가 장면을 놀라게 만드는 장치로 쓰입니다. 음향편집상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두어 번 어깨가 움찔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중반의 설명이 조금 많습니다. 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정리하는 대화가 반복됩니다. 그 대목에서 흐름이 느려집니다. 인물의 과거 사정도 짧게 지나갑니다. 그 부분은 원작에서 더 자세히 다뤄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후반의 정서가 그 아쉬움을 덮습니다. 끝까지 본 뒤에는 앞부분의 느림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한 작품이 오래 남은 이유

국내 성적은 크지 않았습니다. 최종 관객은 육십오만 명 정도였습니다. 상영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큰 사건이 적은 작품이라 관객을 끌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개봉관 수가 많지 않았다는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평가는 단단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여덟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감독상과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이 포함됩니다. 그 가운데 음향편집상을 받았습니다.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결과입니다.

원작은 단편 소설입니다. 짧은 이야기를 두 시간의 영화로 늘리는 과정에서 감독의 해석이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영화 쪽이 인물의 감정에 더 집중합니다. 저는 원작을 읽지 않았으므로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영화만 놓고 보면, 구조가 아주 정교합니다.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결말의 정서 때문입니다. 슬픈데 후회가 없습니다. 그 조합이 낯설고 오래 남습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을 이번에 처음으로 편하게 봤습니다. 처음 볼 때는 충격이었고, 이번에는 이해였습니다.

중반의 설명이 긴 점은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여러 번 볼 만합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봤는데 처음보다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세 번째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컨택트는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존재가 대화를 시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날 아침 통역 없이 진행된 회의에서 말을 조금 천천히 했습니다.  마지막 이십 분의 정서가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다음에는 원작 소설도 읽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