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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코미디 영화를 잘 안 봤습니다. 예고편에 웃을 건 다 나와 있고, 극장에서는 그 빈 사이를 두 시간 채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난 주말 VOD 목록을 뒤지다 강하늘 주연의 '퍼스트 라이드'를 골랐고, 웃다가 끝나기도 전에 제 얘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코미디 한 편이 이렇게 일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공식, 이번엔 달랐을까
일반적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는 "앞은 웃기고, 뒤는 울린다"는 공식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틀린 말이 아닙니다. '퍼스트 라이드'도 정확히 그 궤도 위에 있었습니다.
'30일'을 연출했던 남대중 감독의 차기작으로, 강하늘과는 2년 만의 재결합입니다. 여기에 김영광, 강영석, 그리고 스크린 주연 데뷔를 한 차은우까지 합류했습니다. 영화 안에서 차은우를 닮은 얼굴이 "동네마다 한 트럭씩 돌아다니는 흔한 얼굴"이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자기 비하 개그가 꽤 통했습니다. 물론 그 얼굴이 흔하다면 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란 얘긴지 모르겠지만요.
캐릭터 앙상블(ensemble)이란 여러 개성 있는 인물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서사를 끌어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이 앙상블 구성이 탄탄합니다. 끝을 보는 놈, 해맑은 놈, 잘생긴 놈, 눈 뜨고 자는 놈까지 각자의 결이 분명하고, 뭉쳤을 때 시너지가 납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 시퀀스(sequence), 즉 음악이 깔리고 인물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감정 집중 장면이 반복됩니다. 이 공식이 계산된 느낌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코가 시큰해져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고, 그럼 됐나 보다 했습니다.
- 감독: 남대중 (전작 '30일')
- 주연: 강하늘, 김영광, 강영석, 차은우
- 조연: 윤경호, 고규필, 최귀화, 강지영
- 개봉: 2024년 10월 29일 (문화의 날, 7,000원 관람 가능)
- 현재: VOD로 가정에서 시청 가능
"다음에 약속"이라는 말에 날짜가 없다는 것
영화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여섯 살부터 붙어 다닌 친구 넷이 고3 마지막에 해외여행을 가자고 우기고, 부모님 설득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반장 녀석이 수능에서 전국 1등을 찍어 버립니다. 수능 만점이라는 게 단지 여행 허락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코미디입니다.
그런데 출발 당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폰을 빠뜨린 한 명 때문에 버스를 놓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10년 동안 밀립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조금 무서웠던 건, 저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 꼭 가자던 여행이 있었고,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헤어진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 나이 되고 보니 친구들이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나 만나는 사람들이 됐더군요.
영화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찌릅니다. "다음에 얼굴 한번 보자, 다음에 밥 한번 먹자."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인데, 그 '다음'이 언제인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도 모릅니다. 졸업 후에는 각자 가는 학교가 달라지고, 사회에 나가면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달라지고, 10년이 그렇게 갑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와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계획 오류란 미래의 행동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여 실행이 계속 미뤄지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중에 하면 되겠지"라는 착각이 반복되다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 영화 속 친구들의 10년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이런 미루기 패턴은 관계 유지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 안에서 이 정도 뼈 있는 장면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VOD로 추천 되는 영화인가,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2024년 10월 29일 문화의 날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퍼스트 라이드'는 현재 VOD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미디 영화는 극장의 집단 웃음 속에서 봐야 배가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집에서 VOD로 봤는데, 웃음이 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멈춰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태국 송크란 페스티벌(Songkran Festival)을 배경으로 한 후반부 시퀀스는 공간감보다는 인물 간의 감정선이 중심이라, 스크린 크기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송크란 페스티벌이란 태국의 불교 신년 축제로, 물을 뿌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 행사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DJ 도진이가 꿈꿔 온 무대이자, 친구들이 10년 동안 미뤄 온 약속의 종착지로 쓰입니다.
제 경우엔 VOD로 보고 나서 친구 단톡방에 다음 주 모임 날짜를 처음으로 날짜까지 박아서 올렸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만큼 일을 한다면, 파스타 한 그릇 값쯤은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 둡니다. 욕설을 활용한 개그는 처음엔 리듬감이 있었는데, 세 번째부터는 밋밋해졌습니다. 반복 자극(repetitive stimulus)이란 동일한 자극이 반복될수록 반응 강도가 약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솔직히 이 영화의 욕설 개그는 그 법칙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 남대중 감독이 감동 코스를 덜어내고 웃음의 밀도를 두 배로 올려 준다면, 그게 진짜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기준으로 '퍼스트 라이드'는 개봉 첫 주말 관객 수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흥행 출발을 알렸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퍼스트 라이드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4년 10월 29일 극장 개봉 이후 현재는 VOD 서비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미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집에서 VOD로 봐도 웃음과 감동이 충분히 전달됩니다.
Q. 차은우가 주연인데 연기는 어떤가요?
A. 차은우는 이번 작품이 스크린 주연 데뷔작입니다. 영화 안에서 자신을 닮은 얼굴이 "흔하디 흔한 얼굴"이라고 스스로 까이는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자기 비하 개그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편이었고 앙상블 안에서 튀지 않고 녹아드는 연기였습니다.
Q. 가족이랑 같이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욕설 개그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또래 친구 혹은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과 함께 보는 게 가장 잘 맞는 조합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약속 잡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군요.
Q. 퍼스트 라이드 감동 있나요, 코미디만 있나요?
A. 앞부분은 코미디 위주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 시퀀스가 들어옵니다. 남대중 감독의 전작 '30일'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설계된 감동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제 경우엔 결국 코가 시큰해졌습니다. 코미디 순도를 기대한다면 살짝 아쉬울 수 있고, 웃음과 감정 모두를 원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결론
코미디는 두 시간 내내 웃기고 끝나야 한다고 믿어 온 저에게, '퍼스트 라이드'는 그 믿음을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후반부 감동 공식은 역시 계산된 느낌이었고, 욕설 개그의 반복은 아재 눈에 세 번째부터 밋밋했습니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다음에 밥 한번 먹자"에 날짜가 없다는 그 한 마디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져온 가장 뼈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다음에"가 습관이 된 분들이라면, 한번 보실 만합니다. 보고 나서 단톡방에 날짜를 적어 올리는 것까지가 이 영화의 진짜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날짜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