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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에 '반전 1위'라는 말이 붙으면 반쯤은 믿고 반쯤은 의심하게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2025년 개봉작 <퓨즈>, 데이비드 매켄지 감독에 아론 테일러존슨 주연. 런던 도심 공사판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이 발견되고, 그 혼란 속에서 은행 금고를 터는 강도단의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이 남았는데, 그게 다 좋은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

 

불발탄 하나로 도시를 세운 설정

런던 도심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불발탄(UXO, Unexploded Ordnance)이 발견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여기서 UXO란 전쟁 중 투하되었으나 폭발하지 않은 채 지하에 남아 있는 폭발물을 말합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UXO 신고가 접수되고, 발견 시 반경 수백 미터를 통제하는 것이 표준 절차입니다(출처: UK Government Guidance).

영화는 이 현실적인 절차를 꽤 성실하게 따라갑니다. 40만 볼트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점이라 전력 차단이 불가피하고, 도시 일대가 대피령에 들어갑니다. 폭발물 처리반(EOD, Explosive Ordnance Disposal)이 투입되는데, EOD란 말 그대로 폭발물을 안전하게 해체하거나 제거하는 전문 부대를 뜻합니다. 소령이 이 팀을 이끌며 초침이 움직이는 불발탄 앞에 서는 장면은 앞 40분 중 가장 팽팽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설정에서 좋았던 건 사실감이었습니다. 폭탄이 터지면 도시가 암흑이 된다는 전제, 대피한 빈 거리, 순찰차 한 대가 지나가는 긴장감. 재난을 배경으로만 쓰는 영화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적어도 앞부분에서는요.

요약: 실제 UXO 대응 절차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설정이 앞부분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은행강도 영화로서의 완성도

대피령이 내려진 틈에 강도단이 움직입니다. 현장 인부로 위장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발전기를 숨긴 뒤, 망치로 벽을 뚫어 은행 개인 금고실로 진입하는 방식입니다. 히스트 무비(Heist Movie), 즉 정교한 절도 계획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면서도, 불발탄 해체라는 독립된 서사를 병렬로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병렬 구조가 꽤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소령이 불발탄과 씨름하는 동안 강도들은 벽을 뚫고, 강도단의 발전기 소음이 감지되는 순간 두 서사가 한 점에서 충돌합니다. 구구 음바타로가 연기하는 인물은 분량이 짧지만 존재감을 남깁니다. 짧은 장면에서 인물의 무게를 쌓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부분은 배우 덕분에 살아났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반전이 많은 것과 영화가 좋은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꽤 동의합니다. 강도가 강도를 배신하고, 다이아몬드가 가짜로 밝혀지고, 소령이 판을 짠 사람으로 드러나는 반전이 층층이 쌓입니다. 반전이 겹칠수록 관객이 감정을 붙일 자리가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놀라움보다 '아, 또?'에 가까운 감각이었습니다.

  • 강도의 은행 침투 — 위장, 발전기, 드론 운반까지 단계별 계획 실행
  • 병렬 편집 — 불발탄 해체와 금고 침투를 교차 연결
  • 배신 구조 — 강도 내부의 지가 사촌과 손잡고 다이아몬드를 가로채려 함
  • 가짜 다이아몬드 — 금고 주인이 이미 상황을 예상하고 먼지로 변하는 모조품을 넣어둠
요약: 히스트 무비 구조에 불발탄 서사를 병렬로 얹은 구성은 효과적이지만, 반전이 겹칠수록 감정이 붙을 자리가 줄어든다.

 

진짜 반전 —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인연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마지막에 몰아칩니다. 불발탄을 처리하던 소령, 강도 두목, 79호 열쇠를 건네준 남자. 이 셋이 처음부터 한패였고, 폭탄도 강도가 당하는 상황도 전부 설계된 판이었습니다. 그 인연은 아프가니스탄 작전 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령이 현지 통역사와 함께 임무 수행 중 카랄리스(광산업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전에 깔아 둔 복선들과 최종 반전이 맞아떨어지는 방식은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 덜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반전 자체가 아주 새롭다고까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앞에서 뿌린 것들을 거둬가는 구조는 갖추고 있다고 봤습니다. 제가 경험상 반전 영화에서 가장 실망하는 경우가 '뒤에서 갑자기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끊어 붙이는 방식인데, 이 영화는 그보다는 나았습니다.

반전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고, 감정선이 약해서 반전이 와닿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한 조각으로 10년 치 신뢰를 설명하기엔 배경이 얇습니다. 인물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더라면, 반전이 주는 감정의 무게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요약: 세 사람의 공모라는 반전은 복선과 맞아떨어지지만, 그 신뢰가 형성된 배경 설명이 얇아 감정적 무게가 약하다.

 

흥행 성적과 영화가 남긴 것

<퓨즈>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Box Office) 성적은 500만 달러 안팎에 그쳤습니다. 여기서 박스오피스란 특정 기간 동안 극장에서 벌어들인 총수익을 뜻하며, 이 수치는 일반적인 중규모 스릴러 영화의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출처: Box Office Mojo). 흥행이 부진한 이유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총 쏘고 터지는 장면보다 사람 얼굴과 대사로 끌고 가는 영화라, 극장 경험보다 스트리밍 시청에 더 잘 맞는 결의 작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걸렸던 건 색보정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세 사람이 이스탄불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화면이 갑자기 누렇고 탁하게 바뀝니다. 런던을 차갑고 또렷하게 찍어놓고, 이스탄불에서만 곰팡이 낀 것 같은 색조를 쓰는 건 오래된 할리우드 관습입니다. 중동이나 남아시아를 묘사할 때 쓰던 색채 코드(Color Grading Convention)인데, 이는 특정 지역을 무의식적으로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편견으로 이미 여러 영화 비평에서 지적된 바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가 스스로 완성도를 깎아먹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론 테일러존슨이 무뚝뚝한 얼굴로 끝까지 버티는 연기는 좋았습니다. 96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부담 없었고, 스릴러 하나 보고 싶은 날에는 충분히 쓸 만한 선택입니다. 재주는 같은데 그걸 어디에 쓰느냐가 사람을 가른다는 걸, 이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로 보여줍니다. 그 지점은 보고 나서도 한참 남았습니다.

요약: 흥행은 부진했지만 스트리밍용 스릴러로는 충분하며, 이스탄불 색보정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를 스스로 훼손하는 아쉬운 선택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퓨즈 영화 반전이 진짜 있나요?

A. 있습니다. 다만 반전이 하나가 아니라 층층이 쌓이는 구조라, 반전이 많을수록 놀라움이 커진다고 보는 분들도 있고 오히려 지친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까웠습니다. 세 주인공이 처음부터 한패였다는 마지막 반전 하나는 복선과 맞아떨어지는 편입니다.

 

Q. 퓨즈 영화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A. 소령, 강도 두목, 79호 남자 세 사람이 처음부터 공모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불발탄 소동도, 사촌이 쳐들어와 다이아몬드를 빼앗는 상황도 모두 설계된 작전이었고, 세 사람은 돈을 나눠 각자의 길을 떠나며 끝납니다. 그 인연의 시작은 아프가니스탄 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Q. 퓨즈 영화 액션이 많은가요?

A. 총 쏘고 터지는 장면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중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액션보다는 사람 얼굴과 대사, 긴장감으로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니 앞 40분이 가장 팽팽했고 뒤로 갈수록 빠르게 처리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Q. 퓨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5년 개봉작으로, 현재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시청 가능한 상태입니다. 흥행 성적이 크지 않아 극장 상영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집에서 보는 편이 오히려 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을 수 있습니다.

 

결론

별 다섯 개 중 세 개 반입니다. 반전 1위라는 말은 조금 빼고 보는 게 좋습니다. 잘 쌓아 올린 설정과 병렬 편집은 좋았고, 아론 테일러존슨의 무표정한 버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반전이 많다고 영화가 좋은 건 아니고, 인물들의 동기가 얇으면 반전이 주는 감정의 무게도 얇아집니다. 이스탄불 색보정 문제는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스릴러 하나 보고 싶은 날, 96분이 부담스럽지 않은 날에 골라 보시기 좋습니다. 단, 액션 기대는 내려놓고 사람 얼굴 보는 재미로 접근하시는 편이 맞습니다. 제가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폭탄도 다이아몬드도 아니라, 재주를 어디에 쓰느냐가 사람을 가른다는 그 단순한 문장이었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53DR4BTS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