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진짜 무서운 건 악령이 아닙니다. 한 남자가 평생 혼자 끌어안고 살아온 죄책감, 그게 핵심입니다. 밤에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보다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매일 밤 찾아오는 악몽 — 부적과 트라우마의 시작전직 군인 토마스는 전쟁 중에 이상한 부적을 주운 이후로 매일 같은 악몽을 꿉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악몽 장면이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가 보초를 서던 날, 한 여자가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오다 그 앞에서 쓰러집니다. 군인으로서 통행을 막아야 했지만, 이대로 두면 죽을 게 뻔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숨겨주기로 합니다.그런데 결국 그날 그는 최악의 선택을 ..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 골든글로브 3개 부문 노미네이트. 그 숫자만 보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저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기분으로 나왔습니다. 오십이 넘도록 두 시간 내내 핸드폰에 손이 한 번도 안 간 영화가 얼마나 됩니까. 마티 슈프림이 그랬습니다. 이 주인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캐릭터 분석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나는 이 사람을 응원했던 건가, 욕했던 건가.' 그 경계를 끝까지 긋지 못했습니다.주인공 마티 마우저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이 인물은 삼촌 신발 가게에서 손님 발에 맞지도 않는 신발을 억지로 끼워 넣으며 말로 위기를 넘기는 장면으로 처음 소개됩니다. 여기서 조시 사프디 감독이 쓴 방식이 영리한데, 대사 한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완전히 잘못 읽고 들어갔습니다. 예고편만 보고 '90년대 추억팔이 청춘물이겠거니' 하고 좌석에 앉았는데, 두 시간 후 극장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게 이렇게 웃겨도 되나'였습니다. 와일드 씽은 제가 올해 극장에서 가장 많이 웃은 영화입니다. 단, 그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Y2K 감성이 통한 이유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버스 안에서 헤드폰을 낀 강동원 얼굴이 스크린 가득 잡혔습니다. 극장 안이 술렁이더라고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제 주변 몇 줄에서 동시에 들렸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배우에게 저 얼굴이 아직도 저렇게 통하는구나 싶어서, 저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터졌습니다.그다음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강공원 댄스 배틀에서 강동원이 직접 브레이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