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의 영웅은 총을 잘 쏘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2021년 8월, 프랑스 대사관 소령 모하메드 비다는 총 대신 명단과 협상으로 500명을 살렸습니다. 영화 '카불: 13일의 밤(원제: 13 Jours, 13 Nuits)'은 그 13일의 기록입니다. 저는 IPTV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실화는 예고편보다 무섭다 — 2021년 카불 함락의 실화배경혹시 2021년 8월,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 하늘로 올라가던 사람들 사진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그날 뉴스를 직장에서 봤는데, 9.11 테러 다음 날 아침과 같은 묘한 멍함이 있었습니다. 2001년에 시작된 전쟁이 20년 만에 저런 사진 한 장으로 끝났다는 게 그때는 실감이 안 났습니다.영화의 ..
솔직히 저는 유튜브 썸네일에 "소름돋는 명작"이라고 붙어 있으면 먼저 걸러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주말에 딱히 볼 게 없어서 애플TV 신작 메이데이(Mayday)를 별 기대 없이 눌렀고, 두 시간 뒤에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너가 냉전 한복판을 누비는 이 버디무비, 명작까진 아니지만 주말 저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영화입니다. 1987년 냉전의 공기, 그리고 뜻밖의 시작제가 80년대 후반에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소련은 교과서 속 단어였습니다. 핵 억지력, 즉 양측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서로 먼저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전략적 균형이 냉전의 핵심 논리였는데, 그 긴장이 실제로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메이데이는 1987년을 배경으로 그 시대 공기를 꽤 우직하게 깔아줍니..
오십이 넘으면 공포영화를 보는 눈이 바뀝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보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더 무서워지거든요. 영화 를 보면서 저는 딱 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 여친 부고 문자 한 통이 어떻게 한 가족을 무너뜨리는지, 그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섬뜩했습니다. 세이레란 무엇인가 — 왜 이 금기가 공포의 출발점이 되는가아기가 태어난 집에 왜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이 생긴 걸까요. 저도 어릴 때 어머니가 이웃집에 아이가 생기면 삼칠일이 지나기 전까진 얼굴도 보러 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냥 유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세이레(三七日)란 아이가 태어난 뒤 21일, 즉 삼칠일이 되는 날까지의 기간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세이레란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