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에 아내가 틀어놓은 영화를 옆에서 자막만 훑다가, 어느 순간 팝콘 집는 손이 멈췄습니다. 하우스 온 더 바이우(House on the Bayou)라는 영화였는데, 처음 10분은 그냥 흔한 부부 갈등 드라마인 줄 알았거든요. 결말까지 전부 이야기할 테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여기서 뒤로 가시길 권합니다. 바람피운 남편, 아는 척 안 하는 아내 — 청부살인까지영화는 제시카가 남편 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시카가 선택한 건 이혼이나 폭발이 아니었어요. 딸 애나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떠나자는 거였습니다. 위태로운 관계를 정리하는 대신 꾸역꾸역 유지하는 방식, 이 첫 선택이 결국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 됩니다.제가 이 도입부에서 등이 근질근질했던 건, 이게 낯선 설정이 아니기..
2026년 6월 24일 개봉한 신민아 주연 스릴러 '눈동자'는 2011년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저는 원작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던 사람이라, 이번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원작이 잘못 다뤄지면 실망이 두 배가 되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보다 훨씬 영리한 지점이 있었고,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원작비교 — 구조는 같고, 속은 달랐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작을 알면 리메이크를 볼 때 거의 모든 장면이 예측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앉아서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눈동자'의 주인공 서진은 사진작가입니다. 시력이 서서히 나빠지는 유전병을 가지고 있고, 먼저 시력을 잃은 쌍둥이 동..
로맨스 영화가 불편해진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꽤 오래 그랬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 유튜브 알고리즘이 밀어넣은 리뷰 하나에 이끌려 2012년 영화 〈좋은 날〉을 끝까지 봤습니다. 보고 나서 뭔가를 적어두고 싶어졌는데, 영화 보고 그런 마음이 든 건 십수 년 만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 배경과 두 사람의 맥락 — 이 영화가 힐링인 이유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운명적 만남, 갑작스러운 키스, 엇갈림과 재회 같은 공식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선입견을 갖고 이 영화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좋은 날은 그런 공식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공연 기획자 지호(소지섭)는 이별 직후 제주도 출장을 오고, 이름 없이 등장하는 여자(김지원)도 출판 업무차 제주도를 드나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게스트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