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들었을 때 또 다른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끝나고 나서 리모컨을 쥔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그때서야 제가 얼마나 틀렸는지를 깨달았습니다. 2009년작 '더 로드'는 특수효과 한 컷 없이 아버지와 아들의 걸음만으로 두 시간을 채운 영화입니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드는데, 그게 왜인지 글로 한번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생존: 끝난 세상에서 걷는다는 것'더 로드'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입니다. 여기서 포스트아포칼립스란 문명이 붕괴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서사 장르를 말합니다. 이 장르에서 흔히 나오는 외계인도, 좀비도, 핵전쟁의 직접적인 묘사도 없습니다. 원인이 뭔지 영화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
공포 영화를 보고 나서 정작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었다고 느낀 적 있으십니까. 며칠 전 저녁,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았다가 우연히 틀어버린 영화 한 편이 오십 넘은 저를 그런 생각 속에 오래 붙잡아 뒀습니다. 2009년 개봉작 '더 홀(The Hole)'이었습니다. 지하실 바닥의 구멍, 그 줄거리를 따라가다이야기는 한적한 마을로 이사 온 가족에서 시작됩니다. 친구들과 멀어진 것에 화가 난 큰아들 데인, 그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는 동생 루카스, 그리고 두 아이를 홀로 건사하는 엄마. 여기에 이사 온 집 옆에 사는 소녀 줄리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굴러가기 시작합니다.어느 날 루카스가 지하실 바닥에서 뚜껑이 달린 구멍을 발견합니다. 낚싯줄을 내려봐도 바닥이 닿지 않고,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봐도 어둠만 가득합..
솔직히 저는 슬래시가 제작한 공포영화라는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록 기타리스트가 만든 영화라니, 분위기용 음악이나 잔뜩 깔린 B급 작품이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불 다 끄고 혼자 틀었다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제 꼴을 발견했습니다. 캐나다 공포영화 브리치(The Breach, 2022) — 국내 정식 개봉은 없었지만, 제가 직접 찾아본 결과 이 작품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개봉정보 — 슬래시가 제작한 캐나다산 SF 공포일반적으로 록 뮤지션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사운드트랙 홍보용이거나 팬서비스 성격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브리치는 그 공식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건즈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이 작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