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달러.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예고편 한 편 만드는 데 드는 돈과 엇비슷한 제작비로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를 실제로 걸어 다니며 찍었습니다. 2011년 영국 영화 를 처음 봤을 때, 화면에서 풍기는 공기가 인공 냄새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CG로 채운 풍경이 아니라 진짜 바람이 지나간 자리였습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그 공기부터가 달랐습니다산악 스릴러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연환경 자체가 적이 되는 생존극인데,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로케이션입니다. 세트장에서 찍은 절벽과 실제 절벽은 카메라가 다 잡아냅니다.감독 줄리언 길베이는 형 윌 길베이와 함께 각본을 직접 썼고, 스코틀랜드 북부 고지대인 하이랜드를 배경으로 실사 촬영을 고집했습니다. 영화 속 '데블스 드롭..
잠이 안 오던 밤에 채널을 돌리다 걸린 영화인데, 결국 끝까지 봤습니다. 1997년작 입니다. 특수효과 하나 없이 사막 도로와 트럭 한 대만으로 두 시간을 꽉 채우는 영화인데, 요즘 나오는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더 긴장됐습니다. 이 영화가 왜 지금 봐도 통하는지,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고립의 공포 — 특수효과 없이도 숨이 막히는 이유제가 이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가장 무서운 장면은 폭발도 총격도 아닙니다. 제프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내가 없는 그 순간입니다. 대사도 없고 음악도 거의 없어요. 그냥 텅 빈 좌석 하나. 그게 전부인데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내러티브 서스펜스입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서스펜스란 관객이 위험을 먼저 알고 있는 상황에서 ..
예산 1,000만 달러로 만든 영화가 4,4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흥행은 분명히 됐는데, 로튼토마토 평점은 58%에 그칩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맞다, 그 찜찜함이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잠이 안 오던 어느 밤, 20년 만에 다시 꺼낸 2000년작 「기프트(The Gift)」 이야기입니다. 반전 구조 — 훌륭하지만 그게 전부인가이 영화는 흔히 "반전 하나로 먹고사는 스릴러"라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봅니다.기프트의 서사 구조는 전형적인 '레드 헤링' 전략에 기대고 있습니다. 레드 헤링이란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엉뚱한 용의자에게 집중시켜 진짜 범인을 숨기는 서술 기법으로, 추리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장치 중 하나입니다. 도니(키아누 리브스)를 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