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안 볼 생각이었습니다. 추자현 이름만 보고 흔한 멜로 스릴러겠거니 했는데, 와이프가 주말 저녁에 옆에 앉혀 놓고 틀더니 결국 영화가 끝나고 새벽까지 두 사람이 이 영화 얘기만 했습니다. 기억을 잃은 여자가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감춰진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인데, 중반을 넘기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2026년에 제가 본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오래 남은 작품은 없었습니다. 첫인상 — 답답하다고 껐다가 다시 켰습니다시작은 꽤 평범했습니다. 악몽에서 깨는 여자, 곁에서 다독이는 남편. 전형적인 부부 드라마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덕이(추자현)가 첫날은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다음날은 휠체어, 그다음엔 청각 체험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뭐지, 사기꾼인가" ..
바다가 하룻밤 사이에 통째로 사라진다면, 살아남는 게 가능할까요. 2024년 프랑스 재난 영화 '서바이브(Survive)'는 그 황당한 전제를 꺼내 놓고는 두 시간 내내 진지하게 밀어붙입니다. 토요일 저녁 와이프가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는 동안 거실에서 혼자 틀었다가, 결국 끝까지 소파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결말까지 전부 다룹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은 여기서 나가시길 권합니다. 설정 — 지자기극 역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의 설정은 그럴듯할수록 몰입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서바이브'의 설정은 과학적으로 따지면 처음부터 어처구니없습니다. 그래도 손에서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으니까요.영화는 요트 위에서 시작합니다. 톰과 줄리아 부부가 아들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틀기 전까지 그냥 가볍게 볼 범죄 액션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애플 TV 오리지널 영화 는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전직 해병대 출신 로리와 막 출소한 전과자 코비가 마피아 보스의 지시로 시장의 금고를 털러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도 인물 한 명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코비 설정이 그냥 영화적 장치로 안 보인 이유코비라는 인물의 핵심 설정은 이렇습니다. 동생이 두 번의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세 번째 범죄를 저질렀고, 그러면 8~10년형을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코비는 동생과 외모가 똑같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고 3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이걸 가리켜 영화 용어로는 '..

